3월의 마지막 일요일, 아빠가 하늘나라로 가셨다.
그날은 부지런히 나갈 채비를 해서 아빠를 만나러 가기로 한 날이었지만.
볼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아빠를 만났던 날.
나는 그저 앙상해진 손을 잡아드리는 것 외에 다른 건 할 수 없었다.
그마저도 내게는 조금 쑥스럽고 어색한 일이었다.
언니들처럼 아빠의 팔다리를 주물러 드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살갑게 대하는 건 낯설고 어색하기만 했다.
애교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무뚝뚝하기만 한 막내딸이었으니까.
그런 주제에 장례식 내내 울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나는 아빠를 참 많이 닮았다.
우리는 서로 너무 닮아서 서로가 서로에게 무뚝뚝하기만 했다.
그게 슬퍼서 또 울었다.
아빠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오래된 일본어 단어집을 발견했다.
아빠가 일본어를 공부하셨었나.
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그 책을 챙겼다.
그러면서 또 생각했다.
아빠와 나는 정말 닮았다고.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아빠.
밖에 나가는 걸 싫어하는 아빠.
무뚝뚝하고 고지식한 성격의 아빠.
잠이 많은 잠꾸러기 아빠.
버리는 걸 잘 못하는 아빠.
그리고 이 모든 걸 다 쏙 빼닮은 나.
내 나이보다도 더 오래된 아빠의 바둑판.
아마도 펴 볼 일 없을, 아빠의 사전들이 이제 내 집에 와 있다.
일주일 후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갔다.
회사에 가고, 학교에 가고, 나는 처음으로 휴재했던 무연소설을 재개했다.
다시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이 시작됐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며칠 전, 단톡방에 올라온 벚꽃 사진을 보고는 벚꽃이 핀 걸 알았다.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면 아파트 단지 안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보이는데, 모르고 있었다.
나는 내가 슬퍼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엄마, 할아버지는 가슴속에 있어요.
어느 날인가 아이가 내게 말했다.
그래, 맞아. 할아버지는 늘 우리 곁에 있어.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
난 여전히 무뚝뚝하고 무심하게 가끔 슬퍼하고 가끔 기억하겠지.
애교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무뚝뚝한 막내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