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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해피엔딩

세 번째 무연 완결

by 차분한 초록색

세 번째 무료연재소설이 완결됐다.

처음엔 겨울방학 동안 짧고 가볍게 써보자고 시작했던 글이 개학을 하고도 한 달을 더 쓰게 되었다.


나는 매일 글을 올리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게 겁이 나면서도 재미있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마지막화가 나쁘지 않았나 보다.


앞부분은 인상을 쓰면서 읽었는데 점차 웃으면서 읽었다는 글에 가슴을 쓸었다.

따뜻한 사랑이야기.

완벽한 결말...


그래, 내가 여주인공한테 좀 가혹하기는 했지.

걔가 뭘 잘못했다고.

그렇게 못살게 굴었을까.


문득 궁금했다.


주인공이 곤경에 처한다 한들, 어차피 해결될 일인데 왜 발을 동동 구를까.

지금은 불행하지만 어차피 해피엔딩이 될 텐데 왜 마음을 졸일까.

어차피 결말은 뻔하게도 해피엔딩일 텐데.


왜?


현실이 너무 짜증 나고 답답하니까.

소설 속에서만큼은 조금의 짜증도, 답답함도, 불합리함도 견딜 수 없는 걸까.

이런 게 대리만족, 뭐 그런 걸까.



오래전, 방송작가교육원 기초반의 첫 수업시간.

스스로 작성하는 Q&A


Q : 어떤 드라마를 쓰고 싶은가요.

A :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일이 있다는 걸, 해피엔딩은 없다는 걸,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는 걸 쓰고 싶습니다.


어떤 드라마를 쓰고 싶냐는 질문에 아마도 저런 대답을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니 섬뜩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일이 있다는 거, 언제나 해피엔딩일 수는 없다는 거,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거.

이제 아니까.

그때는 몰랐기에 저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서.

그렇다면 그때가 지금보다 행복하다는 말인가.

아니다. 난 그저 철이 없었던 거다.


지긋지긋한 러브라인.

사랑 따위 개한테나 줘버리라고 소리치고 싶었던 그 시절.



어렴풋이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아닐까.

행복하고 싶으니까.

지금 이 순간만큼이라도 행복하고 싶어서.

굳이 시간과 돈을 써가면서 현실을 또 마주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행복.

행복한 결말.

해피엔딩.


나도, 여려 분도 모두 해피엔딩이 되길.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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