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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쟁이

by 차분한 초록색

부슬부슬 비가 내리던 지난 토요일

아빠를 만나러 다녀왔다.


토요일 오후의 비 예보.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 잔뜩 흐린 하늘

비가 내리고 나면 지게 될 벚꽃을 보려고 모인 많은 사람들.


나 왔어.

아빠 덕분에 현충원에 와 보네.

가까우니까 자주 올게, 아빠.

이제 갈게. 잘 있어요.


어색하게 손을 흔들고 충원당을 나섰다.


밖에는 울먹이는 사람들과 흐드러지게 핀 꽃

환하게 웃고 있는 사람들이 뒤섞여 있다.


기분이 묘하네.

울고 있는 사람들과 웃고 있는 사람들이 섞여 있는 게.

근데 다행인 거 같아.

웃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마냥 슬프지만은 않을 거 같아서.

해마다 꽃구경도 할 수 있고.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치, 평소엔 생각도 안 하면서 눈물은 왜 나.


그날 오후,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끝내 내려오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소파에 누워 잠이 들었다.



너는 밥 안 먹니?


안방에서 아빠가 나오시며 내게 묻는다.

젊은 시절, 풍채 좋은 아빠의 모습이었다.


난 먹었어요.


소파에 앉아 심드렁하게 대답하는 나.

나이가 먹어서도 버르장머리 없는 건 여전하다.


아빠가 혼자 식탁에서 식사를 하신다. 이어 거실에 차려진 술상에 와 앉으신다.


술이나 한잔 할까.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소파에 앉은 나를 본다.

바로 내 앞에서.


진짜, 아빠… 맞아?

(나 오늘 아빠 만나고 왔는데… 아빠는 거기 있었는데…)


나는 나를 보는 아빠를 보며 속으로 생각하며 물었다.

진짜 아빠 맞냐고.


아빠가 내 손을 잡더니 씩 웃었다.


한바탕 꿈이었다.

나는 왜 인지 울면서 잠에서 깼다.


밖에는 여전히 거센 빗줄기가 쏟아져 내리고, 나는 소나기처럼 펑펑 울었다.


그러고는 다음 날.

언니들에게 철없이 자랑했다.


나 어제 아빠 만났다!


역시 막내딸이 제일 보고 싶으셨나 보네.


언니들의 말에 괜히 미안해진다.

그러면서도 또 욕심이 난다.

나 보러 또 와주셨으면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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