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브런치
몇 년 전,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있으니 그곳에 글을 써보라는 친구의 권유.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기도 전이니, 오래된 이야기다.
브런치?
검색창에 브런치를 입력했다.
이건가 보네.
나는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고, 포기했다.
여기는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뭔가 자신만의 전문분야를 갖고,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었는데 (적어도 내가 본 글들은 그랬다) 나는 아는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니까.
게다가 다들 글은 어쩌면 그렇게 잘 쓰는지.
괜히 자신감만 잃고 의기소침해졌다.
다시 몇 년이 지났다.
이유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뜬금없이 브런치가 생각났다.
나는 쭈뼛거리면서 플랫폼을 서성였다.
뭘 쓸 수 있을까.
뭘 보여줄 수 있을까.
나는 아느 게 하나도 없는데.
지난 수년간 내가 해온 건, 육아뿐인데.
그렇다고 육아에 대해 뭘 쓸 수 있을 만한 자신도, 자격도 없다.
아니, 애초에 나는 무슨 글을 쓰고 싶은 건가.
40대 전업주부의 자기계발이라는 타이틀 아래, 심각한 자괴감을 희망으로 포장해서 글로 옮겼다.
벌써 1년을 훌쩍 넘게 나는 매주 이곳에 흔적을 남긴다.
하나 둘 쌓여가는 글들은 일기에 가깝다.
이곳은 나의 일기장이 되어버렸다.
주절주절 쏟아내는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쌓여 바래간다.
이대로 괜찮은가.
와중에 어제 쓴 2화가 생각 나 마음이 무겁다.
이번에는 2화만 다섯 번을 써야 하는 건가.
다시 또, 여전히, 일기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