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책장에 꽂아져 있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었다.
그냥 거기 있으니까 읽었다.
뭔가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우울했던 것도 같다.
서점에 갔다가 진열대 위에 있는 커버가 바뀐 난쏘공을 보았다.
갑자기 막 다시 읽어 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책을 산 나는 첫 장을 아이에게 읽어주었다.
아이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서 자리를 떴다.
혼자가 된 나는 속도를 내서 읽기 시작했다.
어, 이거 왜 이렇게 야하지?
한참을 읽던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왜 내 기억 속엔 없는 걸까.
앞으로는 엄마의 추천 도서라면서 들이밀기 전에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순간이었다.
각설하고,
이 책을 읽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먹먹해지고 씁쓸해질까.
지금은 2025년인데.
남편에게 물었다.
요즘은 공장에서 폐수 막 그냥 버리고 그런 거 없지?
요즘은 없지. 그러다 큰일 나지.
그렇겠지? 그러고 보면 참 많이 바뀌긴 했어.
다시 책으로 들어간다.
아니, 그런데 왜 나는 어디선가 아직도 폐수를 내다버리고, 누군가는 손가락을 잘리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까.
기분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건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어떻게 바뀌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남을 위해 일할 힘이 저에게는 없어요."
-p.2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