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오사카 여행
아기오리가 태어나서 처음 보는 생명체를 엄마오리라고 인식하는 것처럼,
내게 있어서 오사카는 글리코상과 킨류(金龍) 라멘으로 인식된다.
나는 오사카의 흥청망청한 분위기가 좋다.
조금은 더럽고 시끄럽고, 먹고 마시는 그 분위기가 좋다.
그래서 늘 인파에 떠밀려 다니면서도 도톤보리가 좋다.
언제 봐도 글리코상이 반갑다.
20대에 처음 봤던 글리코상을 이제 40대가 되어 다시 만난다.
글리코상은 여전하다.
영화 <슬램덩크>가 국내에 개봉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극장에서 슬램덩크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자신의 젊은 시절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추억의 주인공들이 여전한 모습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회한에 잠겼던 걸까.
나는 슬램덩크를 보지는 않았지만 글리코상을 보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오사카의 상징. 나에게 있어서 오사카의 상징은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뛰고 있는 글리코상이다.
남편과 아이를 킨류라멘으로 데려간다. 요즘은 이치란이 대세라고 하던데.
그래도 오사카에 처음 왔으면 킨류를 먹어봐야지 싶은 생각이다.
고기육수의 진한 맛이 입에 맞지 않아 일본 라멘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나는
킨류라멘을 먹고 맛있다고 생각했다.
킨류는 그 안에 마늘과 김치, 부추를 넣어 먹으니 느끼한 맛이 나지 않아서였을까.
반찬이 없는 일본 가게에서 김치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아주 큰 장점이었다.
게다가 밥도 무료로 먹을 수 있다니.
혹시 킨류라멘의 창업자는 한국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아무튼 길가 평상에 앉아 후루룩 먹는 킨류 라멘의 맛을 잊을 수 없었다.
오사카 사람들에게 도톤보리는 어떤 의미일까?
한신타이거즈가 우승을 하면 도톤보리 강에 뛰어드는 사람들 때문에 강가에 펜스를 설치했다고 한다.
한신이 우승하면 백화점은 세일을 하고 이자카야의 마스터들은 술을 공짜로 주기도 했다는데.
정말 오사카 사람들 다운 호쾌함이 아닐 수 없다.
시끄럽고 기가 세다고 여겨지는 오사카 사람들.
오사카사람들 하고는 말싸움에서 절대 이길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간사이 사투리로 고래고래 소리를 치면 당할 재간이 없다고.
그들의 걸걸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하다.
나는 그런 오사카가 왠지 모르게 친근하다.
이문에 밝은 상인들의 도시. 흥이 넘치는 사람들.
쿠이다오레(食い倒れ)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미식가들.
내가 만나본 오사카인들은 그랬다.
그들은 대체로 친절하고 호쾌하고 가식적이지 않았다.
자신의 집에 초대를 하고, 자신들만의 오코노미야키를 만들어 주었다.
뒤늦게 역사의 사실을 알고 부끄러워할 줄도 알았다.
일본의 라멘은 내 입에는 맞지 않는다. 한국 라면처럼 칼칼한 맛이 없어서일까.
고기 육수의 진한 맛이 좀처럼 입에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래도 킨류라멘만큼은 좋다.
아마도 김치와 마늘의 조합 덕분이 아닐까 싶다.
일본인들도 많이 오는 것을 보면 그들의 입맛에도 김치와 마늘의 맛은 꽤 잘 맞는가 보다.
"엄마, 가게 이름은 금용(金龍)인데 왜 간판 용은 초록색이에요?" 아이가 묻는다.
그러게. 왜 초록색일까? 그리고 왜 금용(킨류)일까?
나는 킨류라멘을 처음 만든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조금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