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또 수정

by 차분한 초록색

심사고의 수정이 거듭되고 있다.

전개 순서를 바꾸는 게 좋겠다는 리뷰를 받고, 시간 순서대로 흐르던 전개를 현재-과거-현재의 순서로 바꿨다.

불필요한 에피소드는 삭제하고 (나름의) 복선을 깔았다.

그런데!!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전화용 목소리를 장착하고 그녀의 전화를 받았다.

유선으로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건 처음 있는 일이라 긴장됐다.


전화 속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전개 순서는 초고대로 가는 게 더 나을 거 같아요."

"어두운 분위기를 조금 더 살려주셨으면 좋겠어요."

라고도 말했다.


초고대로 가는 게 더 낫다는 말보다 '어두운 분위기'라는 말에 조금 놀랐다.

이번에는 밝고 가볍게 쓴다고 쓴 건데.

통통 튀는 여주인공을 그렸는데.

밝은 척해봤자 안되는구나.


"네. 알겠습니다."

나는 순순히 대답했다.

너무나도 순순한 대답에 되레 놀란 듯 그녀는 말했다.

"제 의견을 다 반영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라고.

"네. 알겠습니다."

나는 또 순순히 대답했다.


작가의 곤조 따위, 내게는 없다.

무엇보다

그녀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30분 넘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는 다시 1화를 쓰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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