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초록색

by 차분한 초록색

며칠 전, 증권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이런저런 문의를 하고 직원의 안내에 따라 차근차근 실행했다.

문제는 해결됐고, 안도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끊으려는 때였다.


"저, 고객님."


갑자기 한 톤 낮아진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뭐 좀 여쭤보고 싶은데."

"네."

"혹시 무슨 일 하세요?"

".....??"


내게 상품 영업을 하려고 하는 건가.

짧은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안 해요. 그냥 주부예요."


조금 수줍게 대답한 거 같다.


"아... 고객님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요."

".....!!"


목소리가 좋다니!! 극찬이다.


"말씀도 너무 잘하시고, 경청도 잘하시고."


하지만, 이런 말은 내가 해야 하는 말 같기도 한데...


"말씀을 너무 예쁘게 잘하셔서, 궁금했어요. 무슨 일을 하시는 분인지. 무슨 일을 하면 저렇게 말도 잘하고 경청도 잘하나 생각이 들어서요."


쿵쿵, 심장이 뛰었다.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소 엉뚱한 나의 질문에도 진솔한 답변을 해주던 그녀는 나른함이 묻어나는 허스키한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하하, 감사합니다."


나는 멋쩍게 웃었다.

식은땀이 났다.


그 뒤로도 몇 마디가 더 오고 간 뒤, 통화는 끝났다.

잠시 멍한 기분이 되었다.

나의 목소리가 드디어 '차분한 초록색'이 된 것일까.


신이 나서 아이에게 종알종알 자랑을 했다.

나에게 있어서 이건 정말 자랑할 만한 일이다.


"엄마의 전화용 말투에 넘어갔네... 실제는..."


뒷얘기는 생략하겠다.

음하하하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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