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네임은 시금치

by 차분한 초록색

며칠 전, 집 앞에 반찬가게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인터넷으로 미리 주문 및 입금 후 정해진 시간에 찾으러 가는 시스템의 반찬가게.

입금과 주문에 닉네임이 필요하다.

나의 닉네임은 '시금치'

아이가 지어주었다.

이유는 시금치가 초록색이어서.


처음으로 주문을 했다.

나의 첫 주문 반찬은 '시금치'

내가 무치는 것보다 맛있겠지.


아이와 함께 반찬가게를 갔다.


"주문한 거 찾으러 왔는데요."

"네. 닉네임이 어떻게 되시죠?"

"시금치요."

"아..."


사장님이 웃으신다.


"안 그래도 시금치가 시금치를 주문하셔서 기억하고 있었어요."


나도 멋쩍게 웃었다.


집에 와서 반찬그릇에 시금치를 옮겨 닮으며 하나 먹어보았다.

확실히 내가 한 것보다 훨씬 맛있다.

아이가 자기도 먹어보겠다며 한 입 집어넣는다.


"엄마가 해 준 거랑 맛이 똑같아요!"

"......!!"


믿을 수가 없다.

립서비스 인가.


"앞으로 여기서 사 먹으면 되겠다. 김치랑 시금치는 사 먹는 거지."


나는 넘어가지 않았다.


"사 먹는 반찬에 너무 의지하면 안 돼요. 엄마가 해주는 게 더 좋아."

"후훗, 그건 그래. 다음엔 직접 무쳐줄게. 겨울엔 역시 시금치지."


나는 결국 넘어갔다.

다음 주엔 시금치를 무쳐야겠다.

겨울의 시금치는 맛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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