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걱정

by 차분한 초록색

글이 안 써지네. 안 써져...라고 투덜대면서 농땡이를 치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오늘까지 넘기기로 한 원고를 밤새 읽고 고치고 읽고 고치고.

그런데도 읽을 때마다 수정할 건 왜 자꾸 눈에 띄는 건지.

스무드한 전개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읽어보면 너무 급작스럽고.

아무리 센 척하고 냉정한 척 해도 이 남자, 참 약해빠졌다 싶고.

이대로 이 원고를 보내도 될까?

나의 담당자는 이걸 읽으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참 말귀 못 알아듣네...라고 생각할까?

계약을 더 신중하게 했어야 한다고 후회할까?

자신감이 바닥을 뚫고 내려간다.


떨리는 마음으로 담당자의 리뷰를 기다리는 수밖에.


"00 작가님, 이거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

전개는 이렇게 해주시고, 캐릭터는 이렇게 가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전개 속도 빠르게 해달라고 말씀드렸는데... 아직도 너무 루즈해요.

긴장감이 없잖아요.

캐릭터가 매력이 없어요. 남주가 매력도가 떨어져요.

이런 에피소드는 독자들이 싫어합니다.

이렇게 쓰면 심사에서 떨어져요.

플랫폼에서 안 좋아합니다.

우리가 그냥 출간만 하는 게 목적은 아니잖아요."


이 외에, 상처받고 너덜너덜해질 수 있는 말에는 뭐가 더 있을까.

나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상상하면서 지레 겁을 먹고 있다.


오늘은 일단 자야겠다.

자기 전에는 뒹굴거리면서 <사조영웅전>을 읽어야겠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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