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용 <사조영웅전>
겨울방학이었다.
초등학생이던 나는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책을 읽고 있었다.
엄마가 밥 먹으리고 나를 불렀지만, 귀찮았다.
밥이고 뭐고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놓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미적거리다가는 혼이 나겠지.
아쉬운 마음 가득한 채 책을 펼쳐 엎어두고는 방을 나섰던 기억.
몇 안 되는 어린 시절의 기억 중 하나다.
까맣게 잊고 있던 그때 그 책이 문득 생각났다.
기억 속의 책은 부리부리한 아저씨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그려진 겉표지의 <영웅문>이라는 책인데.
더는 구할 수 없는 책이 되어있었다.
그렇게 재미있는 책이 왜 절판이 된 거지?
왜 다시 출간하지 않는 거지?
그러다 알게 되었다.
당시 내가 읽었던 <영웅문>은 정식 출간이 아니었고, 지금은 <사조영웅전>이라는 제목으로 정식 출간되었다는 것을.
그래도 뭔가 어렸을 때 읽었던 부리부리 아저씨의 영웅문이 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지.
나는 통 크게 <사조영웅전> 8권을 한꺼번에 구입했다!
나름의 플렉스!
행복하다.
그리고...
저녁 할 시간인데...
글 써야 되는데...
자야 되는데...
오랜만에, 하루 종일 뒹굴거리면서 책만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 많아진 나는 좀처럼 빨리 읽어낼 수가 없다.
차려진 밥을 먹기만 하면 됐던 그 시절이 문득 그리워진다.
<이미지 출처-사조영웅전 1권 51페이지. 정식 출간 완역본에는 삽화도 들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