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영웅전
<사조영웅전>을 매일 틈틈이 읽고 있다.
읽은 지 너무 오래된 덕분에 새책을 읽는 것처럼 내용이 새롭다.
어렸을 때의 감상은 그저 '재미있다' 였던 것 같다.
밥 먹으러 가는 게 귀찮을 정도로 손에서 놓기 싫었던 기억이 선명하니까.
그러고 보니 신기하다.
책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의 감정은 기억에 남아있다.
여하튼.
1권을 읽으면서 새롭게 든 감상은 책이 굉장히 '낭만적'이라는 거다.
무림의 고수들끼리 서로를 알아보고 존중하는 태도라든지.
신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일평생을 건다든지 하는 일련의 행동들이 그렇게 느껴진다.
황당무계한 이야기라고 치부될 수도 있겠지만, 현실에서는 좀처럼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에 낭만적인 건 아닐까.
거기에 더해서, 주인공은 또 어떤가.
배움은 더디지만 바보 같을 정도로 성실고 올곧으며, 터무니없이 착하고 우직하다.
하지만 여기서 (나에게) 중요한 건!
이 터무니없이 착하고 우직한 주인공 곽 정이 누구와 결혼하냐는 거다.
이 남자의 순애는 누구인가,라는 거다.
분명 예전에는 그런 생각 없이 읽었을 책이다.
기억에 전혀 남아있지 않은 걸 보면 확실하다.
그런데 지금은...
낭만이니 뭐니 떠들었지만, 사실 나의 관심사는 온통 주인공의 순애다.
따지고 보면, 애초 사건의 시작 또한 로맨스가 원인 아닌가.
살려두면 안 될 사람을 남몰래 구해준 아리따운 여인과 그녀를 흠모하게 된 적국의 왕자.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한 왕자는 음모를 꾸며 여인의 남편인 양철심과 그의 의형제였던 이웃 남자 곽소천까지 죽이고, 여인의 뱃속에 있던 아이를 자신의 아들로 키운다.
그리하여 아비의 성을 딴 '양 강'이 아닌 '완안 강'으로 자라게 된 또 한 명의 주인공 '양 강'
한편, 의형제였던 곽가의 아내 역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져 눈 덮인 산에서 아이를 낳고 몽고로 건너 가 키우게 되니 바로 주인공인 '곽 정'이다.
결국 중요한 건 로맨스였다.
이건 결코 내가 지금 로맨스 소설을 쓰고 있기 때문은 아니다,라고 말한다면...
우스울까.
<이미지 출처-사조영웅전 2권 122페이지. 양강을 평생 사랑하게 되는 여자 목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