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에혼마치 쉐라톤 미야코 호텔

2023년 12월 오사카 여행

by 차분한 초록색

두 번째 오사카 여행을 준비하면서 우에혼마치에 있는 미야코 호텔이 떠올랐다.


우에혼마치 역에 내릴 때마다, 역과 연결되어 있는 그 호텔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뭔가 멋져 보였다.

'호텔 안은 어떨까? 얼마나 좋을까? 꽤 비싸겠지?' 뭐 이런 생각들을 했던 기억이 난다.


“엄마, 그렇게 좋아 보였으면 하룻밤 묵어보지 그랬어요.” 아이가 말한다.

그러게,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생각조차 가난했던 시절.


우리는 나의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우에혼마치역에 있는 미야코호텔로 숙소를 정한다.


졸업 후 어른이 되어서 다니던 초등학교에 가본 적 있다.

책상과 의자가 너무나 작게 느껴져서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미야코호텔을 보고 그런 느낌을 받았다.

너무나 좋아 보였던 곳이 그냥 오래되고 평범한 호텔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조금 실망했다.

나 때문에 이곳으로 숙소를 정하고 오게 된 남편과 아이는 마음에 들어 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아. 침대가 3개라서 너무 좋은데!"라며.

다행이다.



우리는 짐을 풀고 밖으로 나갔다.

한적한 우에혼마치의 골목.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비로소 나는 이곳으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지난번 여행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여유로움을 만끽한다.

푸른 하늘과 조금 쌀쌀한 바람. 우리는 유유자적 점심을 먹으러 간다.

이 동네가 마음에 든다.

언젠가 다시 오사카에서 살아 볼 기회가 생긴다면 우에혼마치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아마도 우리는 자주 우동을 먹고, 오코노미야키를 먹고 야키니쿠를 먹게 되겠지.

잔뜩 먹고 나면 어슬렁거리면서 백화점 8층의 서점으로 가서 실컷 책 구경을 하고,

그래도 배가 부르면, 어쩌면 난바까지 걸어갈지도 모르지.

그렇게 한 바퀴 걷다 오면 또다시 허기가 져서 우리는 또 동네 어딘가에서 뭔가를 먹고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겠지.



그때까지 우바라의 사장님이 건강하게 우동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아지쿠라야의 오코노미야키가 계속해서 맛있으면 좋겠다.

킨텐츠 백화점 안의 서점이 계속 남아 있으면 좋겠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좋아하던 가게들이 그대로 계속 남아있기를 바라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또 오사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