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버릴 거 같아요

육아에 대한 소회

by 차분한 초록색

맘카페에 이런 글이 있었다.

'아기를 낳고 한 달 넘게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 미쳐버릴 거 같아요.'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내용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꽤나 많은 댓글이 달려있길래 읽어보았다.

글쓴이는 주위에 도와줄 사람 한 명 없는 처지였고, 생후 40일 된 아기가 밤낮으로 울어대는 통에 잠을 자지 못해 미치기 일보직전이라며 하소연했다.

글에서 온갖 감정이 느껴졌다.

분노, 화, 절망, 짜증, 우울, 후회...

온통 시커멓고 시커먼 암흑이었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런 글을 볼 때면, 20대 때 읽었던 단편소설의 내용이 떠오른다.

제목도 작가도 기억은 나지 않지만.

산후우울증이 소재였다.

(그때는 그게 소재인 줄도 몰랐다)

갓난아이를 키우는 주인공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아기를 집어던지는 상상을 하면서 서서히 미쳐가는 내용이었다.

당시의 나는 '이 여자 진짜 미쳤네.'라는 생각을 했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애가 밤에 안 자고 운다고 자기 애를 베란다에서 집어던지는 상상을 할 수 있는 거야?


대충, 그때 나의 감상은 그랬다.

아무튼 그때 내가 본 그 여자 주인공은 그냥 '미친'여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나도 '미친'여자가 됐던 적이 있으니...)


왜 아무도 말을 해주지 않는 걸까.

애를 낳을 때 어떤지.

낳고 나면 또 어떤지.

그걸 다 말해주고 선택하게 한다면 아마 열에 아홉은 낳지 않으려고 하겠지.

그래서 다들 암묵적으로 입을 다무는 걸까.


아니다.

아니겠지.

그런 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으니까.

힘든 건 잠깐이고, 그 뒤로 좋은 일들이 많으니까?


모르겠다.


잠?

옛날에 고문할 때 잠 못 자게 했던 거 알지?

그게 다 이유가 있는 거야. 그거 진짜 사람 미친다.

화장실?

똥 쌀 때도 애 안고 싸야 되는 수가 있어.

밥?

네 밥 먹을 시간이 어딨니.


한 마디로 먹고 자고 싸는 게 다 힘들어져.

네가 배고프다고 먹을 수 있는 게 아니고.

네가 졸리다고 잘 수 있는 게 아니고.

네가 똥 마렵다고 가서 쌀 수 있는 게 아니야.

근데 이걸 언제까지 하냐고?

그건 나도 모르지.

그래도 언젠가는 끝날 거 아니냐고?

그렇지. 언젠가는 끝이 나지.

그리고 그다음에는 또 다른 게 기다리고 있겠지.

끝이 없어.

이건 끝이 없는 일이야.


그래서 후회하냐고?

으음...

난 후회하지는 않아.

힘들었지. 너무 힘들고,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고.


그래도 후회는 없다.

오히려 내가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애를 낳고, 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 딸이 "애는 꼭 낳아야 되나요?"라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말할 거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