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햇빛이 뜨겁다.
여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듯하다.
나는 빙 크로스비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듣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다가 어린 시절의 하루키가 빙 크로스비의 캐럴 음반을 선물로 받고 좋아했다는 글을 보고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 우리는 겨울 내내 빙 크로스비의 캐럴을 들었다.
여름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걸 느끼면서 나는 한 겨울 즐겨 듣던 음악을 듣는다.
봄은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다.
여름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가을은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고, 겨울은 조용히 사색에 잠긴다.
여름에 캐럴을 들을 수 없다면, 글을 쓰는 건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고 말겠지.
느닷없이 불려 나온 캐럴은 조금 당황할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다.
어쩌면 캐럴은 봄에도 여름에도 그리고 가을에도 자신을 불러주기를.
플레이리스트에서 자신을 꺼내주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겨울과는 또 다른, 크리스마스때와는 다른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런 나의 취향은 어쩌면 나와 캐럴 모두를 만족시키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잔뜩 무르익은 봄날, 나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듣는다.
캐럴은 나와 함께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아이처럼 기뻐한다.
이건 꽤 멋진 일인걸! 고마워! 하고 나에게 노래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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