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파라는 과일
토요일 아침.
밖으로 나온 김에 혼자 카페에 왔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으로 책도 한 권 챙겼다.
에쿠니 가오리의 에세이집 <부드러운 양상추>
마음에 드는 제목만 골라서 읽어야지.
그런 마음으로 고른 첫 번째 글은
<비 내리는 아침 부엌에서>
숙취를 해소하기 위해 최근 좋아하게 된 레몬맛 탄산음료를 마시고 하루 첫 일과인 두 시간의 목욕을 끝내고 책상 앞에 앉기 전에 비파 두 개를 먹는다는 내용.
그리고 그 비파에 대한 소고.
언어는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비 내리는 아침 부엌에서, 비파는 이런 색과 모양과 맛이라서 친절한 것이 아니라, 친절하기 때문에 이런 색과 모양이고 이런 맛이 나는 과일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니까. -p.141
새삼 작가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숙취로 힘든, 비 내리는 아침 부엌에서 비파라는 과일을 먹으며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니!
나는 고작 커피나 홀짝 거리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