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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분한 초록색 May 16. 2024

작가의 말

당신의 글은 책이 될 수 없습니다

화요일이었다.

학원 선생님께 드릴 초콜릿을 사러 단골 가게에 갔다.

사장님이 직접 만드는 맛있고 예쁜 초콜릿을 커피와 함께 파는 작은 카페다.

아파트 상가 안에 있어서, 몇 년 전부터 단골이다.

초콜릿을 사러 가면 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느라 한 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그날은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이 있다며, 두 권의 책을 빌려주셨다.


나는 책을 빌리는 것도 빌려주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마치 돈을 주고받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남에게 빌리기도 싫고, 빌려주면 받을 생각 하지 말아야 하는 돈.


하지만 거절할 수가 없어 그대로 받아 왔다.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기도 했다.


그날 오후, 아이가 엄마 읽어보라고 빌렸다며 한 권의 책을 가져왔다.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이라는 책이었다.

같은 반 친구에게 빌렸다고 한다.


뭔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가 읽어야 할 책들이 생기는 기분이었다.



마음이 급했다.

빨리 읽고 돌려줘야 된다는 생각에.



부처님 오신 날에는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비가 내렸다.

다행히 비가 내리기 전, 아이와 둘이 절에 다녀왔다.


느긋하고 나른한 오후였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요즘 일기예보가 꽤 잘 맞는 듯하다.


마침, 책 제목도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이니 아주 적절한 타이밍이다.

나는 소파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가 예상했던 내용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마지막 '작가의 말'을 읽었다.

나는 작가의 말을 좋아한다.

열심히 글을 쓰고, 결실을 맺은 이 책의 작가를 응원하고 싶어졌다.



요즘 자기 계발서에 대한 부정적 의견들이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의해 내 눈에 많이 띈다.

다 거짓말이다, 장삿속이다, 세뇌시키는 거다 등등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대개는 그런 책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당신의 글은 책이 될 수 없습니다.'

라는 거절의 메일을 받고, 수없이 많은 좌절을 하면서도 글쓰기가 좋아서 글을 썼던 작가의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정글을 뚫고 지나가고 있을 때에는 사흘을 더 가야 마을이 나올지, 30분을 더 가야 마을이 나올지 알 수 없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걷는 것뿐이다. 그곳을 벗어나는 길은 앞으로 전진하는 것뿐이다.'



어느 자기 계발서에서 읽은 글이다.

이 정도 조언은 거짓말도 장삿속도 아니지 않을까?

나는 '작가의 말'에서 위의 글귀를 떠올렸다.


나의 마을은 얼마나 더 걸어가야 나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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