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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분한 초록색 May 10. 2024

비둘기는 하늘의 쥐

쥐는 너야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인디밴드의 앨범 중에 '비둘기는 하늘의 쥐'라는 제목의 앨범이 있다.

정말 어울리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앨범 수록곡들도 모두 좋다.

지금도 가끔 언니네 이발관의 노래를 듣는다.

아주 가끔이지만.



'집비둘기는 원래 중동에선 식량으로, 전쟁 때는 외부에 전보를 보내기 위해 활용되던 새였습니다.

사람들은 원하는 속성을 가진 집비둘기를 얻기 위해 품종 개량을 거듭했고, 그 결과 울음소리와 깃털 색깔 등이 다른 350종 이상의 품종이 만들어졌습니다.

<중략>

집비둘기가 배설물을 남기지 않도록 동상이나 문화재에 조류기피제를 뿌리거나, 조류 퇴치침 및 그물망도 설치하고 있죠. 알과 둥지터를 제거해 번식을 막기도 합니다.'

-동아일보 5월 7일 자 기사 ‘평화의 상징 비둘기는 어쩌다 도시의 악동이 됐나’에서 발췌



필요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성가시니 꺼지라고 말하는 거 같다.



비둘기수의 급증으로 인간의 피해가 속출하자 내년부터 먹이 주기 금지법이 시행된다고 한다.

털이 날려 불편함을 주고, 배설물이 쌓이면서 건물 손상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비둘기로 인한 민원도 증가했는데, 가장 많은 이유는 배설물과 털날림, 두 번째 이유는 미관상 좋지 않음이었다.


이렇게 도시의 악동이 되어버린 집비둘기는 2009년에 유해 동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언니네 이발관 앨범 커버 / 내가 무슨 잘못인가요?라고 묻고 있는 것 같은 비둘기


나 역시 비둘기가 무섭다.

날아다니지도 않고 길가를 점령한 녀석들 때문에 멀찌감치 돌아간 적도 있다.

그럼에도 비둘기에게 불임 모이를 먹이고, 알과 둥지터를 제거해 번식을 막는다는 글을 봤을 때는 조금 소름 끼쳤다.

산아제한 정책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저출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으니.

이런 게 바로 격세지감이라는 걸까.


어린이날 역사박물관에서 본 1974년도 가족 계획 포스터. 불과 반세기만에 상황이 역전되었다.


나는 비둘기에 대한 기사를 읽으면서 이게 비단 비둘기만의 문제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의 비둘기라는 단어를 인간으로 바꿔도 크게 어색함이 없는 것 같기 때문이었다.



언니네 이발관의 1집 앨범 '비둘기는 하늘의 쥐'에는 '쥐는 너야'라는 노래가 있다.

지금 들어도 좋은 말랑말랑한 노래다.


어쩌면 쥐는 비둘기가 아니라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이름은 정말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일본 AV영화 제목에서 따왔다고 들은 것 같은데...

어쨌든 마음에 드는 이름이다. 앨범 제목 역시.



쥐는 너잖아.



<이미지출처-pixabay/NAVER V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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