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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려 깊은 책 친구

자기 계발서에 대한 단상

by 차분한 초록색

책을 친구 삼을 수 있다는 건 참 멋진 일이다.

늘 주위에 좋은 친구들이 가득해서 심심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고민을 해결할 수도 있고 마음을 위로받을 수도 있다.

진심 어린 충고와 즐거운 이야기들은 또 어떠한가.

늘 내가 원하는 곳에 함께 다닐 수 있다.

만나고 싶을 때는 언제든 만날 수 있다.

이처럼 책을 친구 삼을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그중에서도 언제나 나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고, 고민을 해결해 주는

사려 깊은 책 친구는 자기 계발서라는 부류의 친구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느 순간, 이 친구들이 모두 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유유상종이라더니. 자기들끼리 비슷비슷한 얘기들을 하고 있다.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매일 꾸준히 실행해 나갈 것.

하지만 나는 늘 그들의 조언을 한 귀로 흘려듣고는 말로만 고개를 끄덕이고 금세 잊어버렸다.

(과거형으로 쓴 이유는 지금부터는 해내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나는 친구들의 조언에 다시금 귀를 기울여 보기로 했다.


“만일 당신이 무엇인가에 도달하는 데 10년이 걸리는 계획을 갖고 있다면,

당신은 다음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아니, 왜 이걸 6개월 안에는 해낼 수 없는 거지?’”

–「타이탄의 도구들 p.12 」


성질 급한 나에게 딱 들어맞는 조언이었다.

책 친구가 2년 동안 나에 대해 파악하고 건넨 조언이다. (이 책을 2021년에 샀다)

질질 끌지 말고 확 끝내버리자는 마음으로 작은 목표를 하나 세웠다.

스스로 마감일을 일주일 후로 정했다.

하루하루 시간이 갈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마치 시험기간에 공부는 하지 않고 성적 걱정을 하는 학생 같은 기분이었다.

하루 전날이 되자 일주일만 더 미뤄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책 친구가 팔짱을 끼고 서서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왜 이걸 일주일 안에 해낼 수 없는 거지?” 라며 한숨을 푹 내쉰다.


나는 그날 하루 4잔의 커피를 마셨고, 스스로의 마감일을 지켰다.

설정했던 목표는 이루어졌다.

역시, 미루지 않고 하길 잘했어.

또 다른 친구가 나의 작은 목표달성을 축하해 주며 말했다.


하찮은 성공일지라도 좋다… 하찮은 성공은 하찮지 않은 성공을 낳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루 24시간 어떻게 살 것인가 p.50 」



의문이 드는 조언도 있다.

내가 의문을 품기에는 너무 많은 친구들이 같은 조언을 하고 있긴 하지만.


작가의 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매일 허접하게라도 두 장씩 써라.'

- 「타이탄의 도구들 p.149」


이러한 조언은 이 책뿐만 아니라 여러 책에서도 익히 들었던 조언이다.

분량과 방법에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 매일 쓰라는 말은 같았다.

나는 매일 썼다.

쓰면서 어느 순간 의문을 품었다.

매일 이렇게 허접한 글들을 쓴다고 뭐가 나아질까?

그저 쓰레기만 쌓여갈 뿐인데.

쓰레기들이 모여서 나중에 환골탈태라도 한단 말인가.

이렇게 무작정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때로는 믿었던 친구의 말에 의심을 품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본다.

당시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조언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매일 글을 쓰라!” 이 규칙대로 실행하는데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의무감으로 했기 때문이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p.218 」


3년 전 읽었을 때에는 보지 못했던 조언이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책은 나의 책장에서 묵묵히 나를 기다려 주었다.



책을 친구로 삼을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짧게는 동시대의, 멀게는 몇 세기 전 위인의 조언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조언들을 받아들여 실행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지만 말이다.


진짜 좋은 친구와 친구인 척하는 책을 구별해야 한다.

자기 계발서라는 옷을 입고 사람들을 현혹하는 허무맹랑한 글이 넘쳐난다.

읽다 보면 뭔가 내가 속았다는 느낌이 들고,

이런 책을 돈 주고 사지 않아 참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게 하는 책들.

외롭다고 해서 아무나 만나서는 안된다.

심심하다고 해서 아무 하고나 어울려서는 안 된다.

같은 이치다.


양서를 읽기 위한 조건은 악서를 읽지 않는 것이다.

인생은 짧고 시간과 힘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문장론 p.124 」


어린 시절의 독서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부모 또는 선생님은 아이들이 되도록 많은 양서를 접할 수 있게끔 지도해야 한다.

독서에 처음 발을 들이는 아이들에게 무턱대고 많은 책을 읽히는 것은 위험하다.

양서를 많이 접할 수 있게 유도하고 지도한다.

그래야만 나중에 아이가 이런저런 책을 접할 때 양서와 악서를 구분할 힘이 생긴다.


쇼펜하우어와 니체는 무턱대고 책을 많이 읽는 것에 반대한다.

그러다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릴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문장론 p.17」


무턱대고 많은 책을 읽는 건 어린 시절 양서를 많이 접하며 큰 어른들이나 할 일이다.

그들은 자기 계발서로 포장된 사기꾼들의 글을 식별할 수 있고,

진짜 조언인지 아닌지를 판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위인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 본다.



‘아니, 왜 이걸 6개월 안에는 해낼 수 없는 거지?’”

「타이탄의 도구들」은 이 하나의 조언만으로도 내게는 좋은 친구가 되어준 자기 계발서다.


"하찮은 성공일지라도 좋다… 하찮은 성공은 하찮지 않은 성공을 낳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루 24시간 어떻게 살 것인가」는 이렇게 말하며,

남들은 비웃을지도 모를 작은 성공에 들뜬 나를 부끄럽지 않게 해 준다.



내 주위에 있는 좋은 친구들, 훌륭한 조언자들.

그들의 말을 새겨 본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실행이겠지.

「실행이 답이다」는 그래서 또 아주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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