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에 뭐 할까요?

뭘 하면 좋을까?

by 차분한 초록색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자려고 누웠을 때 시작된다.

엊그제밤, 침대에 누워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아이가 말한다.



"학원 쉬는 시간에 애들이 다 게임해요."

"그래?"

(속뜻은 그래서 나도 하고 싶어요, 겠지?)

"아니면, 유튜브 보거나."

"그럼, 서로 얘기하면서 놀고 그런 건 없어?"

(너도 보고 싶은 거지?)

"그냥 각자 게임해요. 유튜브 쇼츠 보거나."



가끔 아이를 데리러 학원에 가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도 게임에 열중하는 아이들을 봐 왔던 터라 아이가 거짓말을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이럴 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줘야 할지 난감할 뿐이었다.

그래도 하지 마,라고 해야 할까.

그럼 너도 할래,라고 해야 할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모르겠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이가 계속 이야기한다.

친구의 핸드폰으로 게임을 해본 것

함께 쇼츠를 본 것 등등

생각보다 이것저것 많이 보고 이것저것 많이 해봤구나 싶었다.

나는 그냥 계속 들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잘 몰라서.



긴 얘기 끝에 아이가 묻는다.

"쉬는 시간에 뭐 할까요?"

잠시 침묵

"뭘 하면 좋을까?"

"나도 게임 하나만 깔아 주면 안돼요? 학원 쉬는 시간에만 할게요."

"....."

선풍기가 멈췄다.

우리의 얘기가 벌써 한 시간째 이어지고 있었다.



"게임이 재밌어?"

(당연한 걸 묻는다)

"재밌긴 해요. 근데 잘 못해요. 애들이 엄청 쉬운 거라고 하는 것도 난 잘 못해요."

"잘하고 싶어?"

(또 당연한 걸 묻는다)


아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나도 그런 기억들이 더러 있다.

초등학생 때는 그 당시 여자애들이라면 누구나 할 줄 알았던 고무줄놀이를 나만 할 줄 몰랐고,

고등학생 때는 수학여행에서 화투를 칠 줄 몰라 그냥 구경만 했다.

좀 심심하긴 했지만 뭐 그럭저럭 시간이 흘렀던 것 같다.



"오늘 주문한 책 오면, 그거 갖고 가서 읽어야지."

아이가 마치 스스로 다짐이라도 하는 듯 말한다.


나는 다시 선풍기를 켜고 아이에게 말한다.

"이제 자자"



그래, 일단 오늘은 자자.

팔베개를 해주자 아이는 금방 잠이 든다.

그날 밤, 나는 조금 뒤척였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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