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곰팡이 까만곰팡이
"엄마, 화났어요? 스트레스받아요?"
종종 아이가 내게 묻는다.
언제부턴가 늘 시간에 쫓기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시계를 보는 습관이 생겼다.
초조해지니까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다.
그럴 때 입을 열면 돌아서서 후회하게 될 말들을 하게 되니 아예 입을 다문다.
하지만 표정까지는 숨길 수 없으니, 아이는 매번 내게 묻는다.
"엄마, 화났어요?"
"아니. 그냥 좀 초조해. 할 건 많고, 시간은 없고."
아이가 내 등을 토닥거리며 이야기한다.
엄마, 학교에서 유튜브로 봤는데 식빵으로 실험을 한 거예요.
하나는 예쁘다 예쁘다 해주고, 하나는 너 미워 못생겼어! 이렇게 나쁜 말만 하고.
그랬더니 예쁜 말 해준 식빵은 하얀 곰팡이가 피고, 나쁜 말만 들려준 식빵은 까만곰팡이가 폈어요.
그러니까 앞으로 엄마 화날 때마다 내가 사랑한다고 해줄게요.
그럼, 엄마 몸에는 하얀 곰팡이가 피겠네,라고 감동파괴적인 말을 한다.
아이가 실망하는 게 보인다.
재빨리 대답을 수정한다.
"농담이야, 고마워. 역시 우리 강아지뿐이야"라고.
진심이다.
아무래도 내 옆에 회색인간들이 있나 보다.
내 시간을 훔쳐가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이미지 출처-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