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손글씨 참 예쁘다.

나도 한번 배워봤으면...

by 달림

중학교 1학년때였다.


입학식 날, 번호 순서대로 앉아 첫 짝꿍이 된 현주의 손글씨를 보고 반해버렸다. 손재주가 있었던 건지 아니면 타고난 미적 감각이 있었던 건지 현주는 여러 가지 서체로 글씨를 표현해 낼 줄 아는 아이였다.


그날 이후 나는 현주의 필기 공책을 보며 예쁜 글씨를 따라 써보기도 했지만 무엇이든 꾸미기와는 거리가 멀었던 난 마음먹는 대로 잘 써지지 않았고 그렇게 내 글씨는 별로라고 생각해서 더 이상 현주의 글씨를 따라 쓰지 않았다. 덕분에 필기 공책이 깔끔하지는 않았지만 쓰는 행위 자체가 좋았던 나는 학창 시절 내내 나만의 방식으로 끄적거림을 이어갔었다.




성인이 되자 손글씨보다는 타이핑을 주로 사용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글씨를 예쁘게 못 쓰더라도 타이핑으로 멋진 서체를 사용할 수 있었으니 자연스럽게 손글씨에 대한 갈망은 서서히 사라져 갔다. 오히려 글씨를 써야 할 일이 줄어들어 그나마 남아 있던 손글씨 능력은 퇴화되고 있었을 것이다. 어쩌다 업무 차 메모를 남겨놓으면 나의 글씨임에도 불구하고 당최 알아보기가 어려워 괴발개발이 따로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글씨를 써야 할 빈도는 점점 더 줄어들었으며 타이핑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손글씨 부럽지 않은 매력적인 서체는 늘어났다. 이젠 더 이상 내가 쓰지 못했던 예쁜 글씨에 대한 미련조차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만난 POP는 그동안 잊고 지냈던 손글씨에 대한 배움의 열망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출처: 반달반달


주로 광고에 쓰이던 POP는 그림에 가까운 손글씨로 2015년, 2016년 즈음 많이 사용되었으며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에도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매력적인 손글씨에 대한 배움의 욕구는 충만했으나 당시 나의 상황은 셋째를 출산하고 세 살 터울의 삼 남매를 거의 독박육아를 하다시피 하던 때였다. 갓난쟁이와 아직 어린 첫째와 둘째를 두고 어디 가서 뭘 배울 생각은 사치였던 시절이었다.


나의 열망은 초등학교 저학년인 첫째 아이에게로 향했다.


"윤아~ 엄마 곧 복직해서 일하러 가야 하거든. 그러니까 방과 후 수업 몇 개 신청해야 해. 우리 윤이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하잖아. 이거 POP 어때? 봐봐 알록달록 그림 글씨 너무 예쁘지 않니?"


다행히 아이는 흔쾌히 그러겠다 하며 붓과 물통, 물감 등 무거운 준비물을 챙겨 POP를 배웠고 나는 그 과정을 보며 대리만족을 해야 했다.


아이의 작품을 뿌듯하게 바라보던 중 어느 날 '이게 온라인 서체가 아닌 손글씨라고?' 하며 되물을 POP에 대적할 상대가 나타났으니 그게 바로 이름도 멋들어진 '캘리그라피'였다.


(사실 서체도 손글씨에서 시작되는 것이건만 그땐 인터넷으로 뚝딱 만들어 내는 건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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