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더 재밌네.
이야~ 이 글씨 멋지다. 이런 건 어떻게 하는 걸까??
아아~ 이런 걸 캘리그라피라고 한다고??
오오~ 여기 이거, 저기 저 글씨도 다 손으로 쓴 거라고??
어느새인가 일상 곳곳에서 예쁜 손글씨가 눈에 자주 띄었다. 그 글씨를 보고 있노라면 신기하기도 하고 힐링이 되는 것 같기도 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손글씨에 대한 동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예술이나 디자인 쪽으로는 감각이 없는 사람이라는 관념이 무의식에 깊게 박혀 배움을 시도해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가끔 아이가 학교에서 만들어 오는 작품을 집에 전시해놓고 보면서 흐뭇해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세 아이의 육아와 일을 병행해야 하는 워킹맘인 나는 다시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의 시간을 보내야 했고 당시 붐이 일었던 캘리그라피는 그저 길거리 광고나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글씨로 그 감흥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었다.
한동안 그렇게 캘리그라피는 나에게 있어 평범한 사람이 재미삼아 한 두 번 체험은 해볼 수 있겠으나 저렇게 글씨를 쓰는 건 절대 넘볼 수 없는 작가들의 영역인 의미로 전락해 버렸다. 마음 속 열망은 희미해지고 손글씨를 보며 '참 예쁘게 잘 썼네. 멋지다.'라는 생각을 하며 놀라움의 눈길과 부러운 미소 짓는 것이 캘리그라피에 대한 내 감정의 전부였다.
가져보고 싶은 취미의 목록에도 못 올라 본 캘리그라피를 다시 마주한건 대형마트 문화센터 카탈로그였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1인 1 악기라는 교육 방침에 따라 고학년 때는 '기타'가 배워야 할 악기였다. 어릴 때 막내 삼촌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기억, TV에 나오는 가수들의 기타 연주가 멋져 보였던 난 또다시 나의 희망사항을 아이에게 투영하게 되었다. 잘 배우길 바라는 마음으로 통기타를 사주었었는데 아이는 흥미가 없었다. 그렇게 2년째 방치된 기타를 구해주고 싶어서 가까운 문화센터 등록을 하고 배우고 있던 중이었다.
처음 기타 수업을 등록할 당시엔 기타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른 수업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었는데 다음 학기 등록을 위해 전단을 훑어보던 중 캘리그라피 강좌가 눈에 들어왔다. 옛 연인(은 없지만) 그와 다시 연락이 닿은 것처럼 순간 가슴이 뛰며 설레었다.
'아~ 나 예전에 캘리그라피 좋아했었는데 여기에 수업이 있었네.'
평일 저녁에 또 시간내기가 어려웠으므로 일요일 강좌를 신청했는데 신청자가 없었는지 폐강이 되고 다시 3개월을 기다려 신청해 봤지만 또 폐강.
배워보고 싶은 열망은 싹을 틔워 자라고 있는데 4개월 가까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낙담했다. 문화센터 내에 수업이 있다는 걸 알고 직장에서 가까운 문화센터나 다닐 수 있을만한 평생교육원을 찾아 검색해 봤지만 주말에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전무했다.
"어머나. 이거 캘리그라피 아니에요? 소장님이 쓰셨을 리는 없고 선물 받으셨어요?"
"응~ 이팀장이 그거 배우면서 하나 주더라고."
"팀장님, 캘리그라피 배우세요? 어디서요?"
"난 개인공방에서 배워. 일주일에 한 번씩 주말에 가."
그동안 관심을 끄고 살아서인지 검색해 보면 다 나오는 것을 몰랐었다.
'아하!! 문화센터 말고도 배워 볼 수 있는 공방이 있구나.'
그때부터 폭풍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가까운 곳을 찾다 보니 많지 않았다. 개인 공방의 경우 캘리그라피라는 단어 말고 공방이름인 고유명칭을 쓰고 있는 곳이 많았기에 나의 레이더에 걸려들기 어려웠으리라. 어쨌든 연관 검색어로 블로그를 타고 들어가 찾아낸 근처 몇 개의 공방을 추려보았으나 주말수업은 없었다.
'그렇지. 선생님들도 주말 휴일에 쉬시겠지. 내비게이션 앱에서 가까운 곳을 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공방 명칭은 알 길이 없으니 무작정 캘리그라피로 검색했다. 5km 정도 떨어진 곳에 하나 발견!! 블로그 링크가 걸려 있어 그쪽으로 타고 들어가 어떤 곳인지 탐색해 보니 주말수업도 하는 곳이다.
'오옷~ 바로 여기야!!'
찾은 기쁨도 잠시 다시 고민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