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좋은 글 더하기 나만의 글씨

글씨로 나를 표현하다

by 달림


한걸음 떨어져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감상만 했던 캘리그라피.


그 거리를 좁혀 잔잔한 나의 일상으로 초대를 하려니 생각이 많아졌다.



간절히 원하고 좋아했던 것이라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게 될 때면 멈칫하는 습성이 있다. 제아무리 노력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 어쩌면 인간의 본능이라 원래 그런 것일지도 모르는 낯가림이 그것이다.


문제는 이 낯가림의 정도인데 나는 사람뿐만이 아닌 배움이라는 무형의 것에도 다른 사람들보다 높은 수준의 낯가림이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다는 것이다. 문화센터 수강신청할 때는 결과를 기다리며 미리 준비를 할 수 있어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그때와는 달리 개인 수업은 확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일정 시간을 기다릴 필요 없이 등록 후 바로 수업으로 직결된다는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 외에도 문화센터에 비해 수강료가 훨씬 비쌌고 거리도 더 멀어 차로 이동해야 하는 등의 몇 가지 이유가 더 결정적이었을 수도 있겠다.


어쨌든 고민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미술적 감각이라고는 1도 없는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이 돈을 주고 배울 만큼 캘리그라피가 나에게 진짜 가치가 있는 것일까?'

'난 어차피 주말에만 할 수 있는데, 그럼 이곳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일까?'


한주가 지나고, 또 한주가 지나며 시간은 흐르고, 난 검색에 검색을 거듭하며 마음속에 자리한 양가감정인 원함과 두려움 사이의 뒤엉킨 실이 풀리기를 기다렸다.






2024년 9월 14일, 추석을 앞둔 주말이었다.


일단 원데이 클래스로 부딪혀 보기로 결정한 난 동탄에 위치한 어느 캘리그라피 작업실의 문을 두드렸다.


"안녕하세요."


창문으로 볕이 드는 아담한 규모의 작업실에 선생님 손글씨로 보이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가운데에 놓인 책상에서 수업은 시작되었다. 수강생은 나 혼자, 1:1 수업이었다.


"캘리그라피 해보신 적은 있으세요?"

"아니요. 전혀 경험이 없어요. 그냥 한번 배워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글씨를 쓰기 위한 붓펜의 간단한 사용법을 알려주시고 글씨가 인쇄되어 있는 종이의 글자위에 따라서 써보라고 하셨다.


자음과 모음도 있었고 짧고 좋은 글귀도 있었다. 글씨를 따라 쓰며 집중하다 보니 무념무상, 마음이 고요해짐이 느껴졌다.


'어... 이 기분은 뭐지? 참 좋네. 이런 게 힐링인가?'


"어떠세요? 재미가 좀 있나요? 힐링되는 거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으세요?"


선생님은 인생이 한참 힘드셨을 시기에 캘리그라피를 접하셨다고 했다. 글씨로 마음을 치유받으셨고 그게 지금까지 업으로 이어져 온 거라고 하셨다.


'캘리그라피가 이런 기능도 하는구나. 흥미로운데.'


그렇게 원데이 클래스가 끝나갈 무렵, 캔버스에 담아 갈 글씨를 써보라고 하신다.


"네? 제가요? 지금요? 저 오늘 처음 붓펜 잡아본 건데요?"


체험 차 가볍게 써보는 것이니 그냥 해봐도 된다지만, 저 하얀 캔버스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도저히 붓펜을 갖다 댈 엄두가 나지 않아 선생님께 부탁을 드렸고 흔쾌히 응해 주신 선생님 덕분에 예쁜 선물을 받은 기분으로 첫 번째 수업을 마칠 수 있었다.

한 번의 수업으로도 캘리그라피의 매력에 한껏 빠진 난, "선생님, 수업 재미있었어요. 저 정규강의 신청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라고 운을 띄우며 작업실을 나왔다.




먼저 캘리그라피를 배우고 계셨던 직장 동료이신 이팀장님이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캘리그라피가 글씨를 쓰는 거잖아. 글씨를 쓰기 위해 좋은 글을 많이 접할 수 있어서 정신건강에도 좋은 취미 같더라고. 꼭 한번 해봐."



캘리그라피에 대한 의욕이, 열정이 마음 속 저 깊은 곳에서 꿈틀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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