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달림 캘리그라피' 작업실에서...

어서오세요.

by 달림

20**년 5월의 어느 봄날이다.


여유롭게 집에서 나와 작업실로 향한다. 작업실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기에 이렇게 날씨가 좋은 봄날이면 주변 풍경을 둘러보며 운동 삼아 걸어가기도 한다.


사실 오늘 새벽에도 러닝을 한 뒤라 따로 걷기 운동을 하지 않아도 운동량은 충분하다. 10년이 넘게 이어오고 있는 새벽 러닝, 그 때나 지금이나 상쾌하고 기분 좋음을 선사해 주고 있기에 꾸준히 할 수 있었다.


덕분에 오십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동년배 중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심폐지구력을 자랑하고 있다. 여전히 1년에 2~3번 정도는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서 성취감을 맛보며 메달과 배번호를 모아가는 재미를 놓치지 않고 있는 건 덤. :)


어느 순간부터 기록에 대한 욕심은 버리고 즐겁게 오래 할 수 있는 러닝을 추구하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도 20년은 너끈히 달려야 하니까.



러닝 할 때 했던 생각들과 이런저런 상념들로 뒤섞인 머릿속이 걷는 동안 말끔히 정리가 된 것 같다. 오늘 해야 할 일과 이번 달까지 마무리 지어야 할 일들 그리고 앞으로 이루어야 할 일들이 차곡차곡 정리되었다.


작업실에 도착해 커피 한잔을 마시며 머릿속에 정리해 둔 것들을 기록한다. 노트북을 이용해 깔끔하게 정리할 수도 있지만 아날로그가 좋은 나는 아직도 다이어리에 손글씨로 기록을 한다.


커피를 마시다 글감이 떠오르는 날이면 이내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쓴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블로그와 브런치는 글을 쓰는 삶에 있어서 놓칠 수 없는 플랫폼들이다. 십여 년 전부터 이곳에 조금씩 글을 쌓았기에 작가가 될 수 있었으니 앞으로도 블로그와 브런치는 계속 이어갈 수밖에 없는 친구들이다.




조직밖으로 나와 혼자 일을 하기까지 참으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가족들의 반대, 경제적인 문제, 경험부족으로 인한 각종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결국에 난 해냈다. 그것도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말이지. :)


그렇게 되기까지 물심양면 다방면으로 도움을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할 뿐이다. 그분들 없이 나 혼자였으면 해내지 못했을 것 같다. 함께 하고 늘 응원해 주셨기에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다. 지금도 아직 어설프고 부족함이 많은 초보 1인 사업자이다 보니 앞으로도 계속 도움을 요청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만간 스스로 완전히 자립해서 도움을 주셨던 분들께 꼭 보답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어디 보자~'


오늘 오전엔 원데이 클래스가 있고 오후엔 출강이 잡혀있다. 어렸을 때부터 낯을 많이 가리고 성인이 되어서도 대인관계로 속을 끓이곤 했는데 그런 내가 누군가를 가르치고 앞에 서서 강의를 하고 있다니, 사실 지금도 믿기지가 않는다. 어쩌면 난 이렇게 날개를 펼치기 위해 잔뜩 웅크리고 있던 번데기였을지도 모른다.


보잘것없던 번데기에서 나비가 되어 팔랑 날아오르기 위해 터닝포인트가 되어 주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육아와 일로 치열한 24시간을 채우며 '나'는 돌보지 못했던 삼십 대의 시간이 없었더라면...

어쩌다 눈을 뜬 고요한 새벽 '나의 시간'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누군가의 사진 한 장에 '달리기'를 해 볼 결심하지 못했더라면...

조직에서 날 '팀장'으로 승진시켜주지 않았더라면...

'부자'가 될 생각을 하지 못했더라면...

결국 모든 것은 '내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더라면...


난 여전히 갑갑한 조직 안에서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는 삶을 살고 있었을 테지.




어찌 되었든 그렇게 염원하던 일을 이루었다. 하지만 생각만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비록 1인 기업이기는 하나 어찌 되었든 수익이 나야 나도 먹고사는 것이니까. 좋아하는 일에 앞서 먹고사는 게 먼저라는 것도 탈피하는 과정을 겪으며 여실히 느꼈다.


그렇다 할지라도 난 이전보다 지금의 내 삶을 사랑하고 응원한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을 온전히 내가 주도해서 사는 삶,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니까.



작지만 아늑한 나의 공간에서, 나의 시간을 날 위해 쓸 수 있음에 감사한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읽고 달리고 쓰면서...





블로그에 일상을 기록하던 제가 브런치 작가 승인에 2년을 거쳐 두 차례 낙방을 맛보며 작가 승인을 받기 위해 하나의 큰 주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살았던 사람이라 '주제'를 찾기가 어려웠어요.


아마 그 '주제'라고 하는 것은 저의 '정체성'과 일맥상통했던 것 같습니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통해 얻은 결과는 '캘리그라피'였습니다.


캘리그라피는 제게 브런치 작가 승인이라는 선물을 안겨주었습니다. 긴 호흡으로 써야 하는 연재 형식 글에 대한 첫 경험도 하게 해 주었고요.


브런치 작가가 되면 브런치 북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초보 작가에게 목차를 정해야 하고 연재 기한 압박이 있는 브런치 북을 선택하기가 조금 겁이 났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매거진을 통해 글을 발행시켜 봤어요. :)


매거진을 통해 브런치에 대한 경험을 해봤으니, 앞으로는 겁내지 않고 브런치 북에 도전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제 첫 연재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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