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로 위로하는 아침

On a clear day piano arr.Rupert Austin

by 피아노치는수달

2014년 7월


하늘은 너무나 파랗고, 공기는 너무나 상쾌하다.

내방 너머로는 그림같은 호수가 보였다.

스위스에 도착하고 이틀 동안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풍광에 그저 멍하니 있었다.

남자친구에게는 헤어짐을 통보하고 막 스위스에 입국했다.

그런나이였다. 모두가 나에게 지금부터 결혼을 생각하고 사람을 만나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식성, 가치관 모든게 나와 맞지않는 사람이었다. 그저 조건이 좋아서, 성실한사람 같아서 만났지만

내가 이사람을 만났을때 즐겁지 않은데 무엇을 위한 만남인가 싶었다. 더군다나 결혼이 가당키나 할까.

무엇보다 내가 먼저 스스로 설수있어야 할것 같았다. 경제적인것보다 나자신에게 내가 떳떳하길 바랬다.

지금의 나는 내가 속한곳 없이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고, 이대로 결혼한다면 이름없는 사람이 될것같았다.


그런 복잡한 마음과, 설렘속에서 스위스에서의 첫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당연히 재즈는 처음인 나는 처음부터 굉장히 삐그덕 거렸다. 뼛속까지 강약비트에 절여진 나는 약강비트에

빠르게 적응하려 했지만 태생이 클래식으로 다져진 내 손가락은 어찌할바를 몰랐다.

매일 좌절하며 스위스의 아름다운 풍경도 감상하지 못하고 연습실에 쳐박혀 있을즈음

매일 밤마다 누군가가 내 연습실 밖에서 연주를 듣다가 조용히 간다는것을 알게되었다.

누군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루마니아에서 온 음향엔지니어였다.

어느 순간부터 늘 내 근처에 그가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있는 유럽인들 사이에서 늘 그렇듯

혼자 밥을 먹고있으면 어느새 그가 내 앞에 와서 밥을 먹었다.

티타임에 차를 마시고 있으면 그 친구가 내 테이블에 왔다.

어느날 그가 말했다. "네가 먹는 방식은 특별해. 네가 말하는것도 행동하는것도 특별해."

둘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지라 당시에는 이것이 그냥 하는말인지, 고백인지 알수가 없었다.

하지만 늘 밤늦게 내가 방에 돌아갈때까지 나를 지키고 있는게 그였다는것을 알고있었다.

정말 오랫만에 순수하게 받아보는 애정이었다.

복잡했다. 아직 돌아가서 해결해야 하는 것들이 있었다.

당시에 나는 이런 애정을 받기엔 나이가 많다 생각했다.

그와 어울리는 유럽여자애들은 또 어찌나 눈부셔 보이던지.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어영부영 모르는척, 마지막날을 보냈다.

새벽까지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만 흘리다가 잠이들었는데

누군가 내 이마를 쓰다듬는 느낌에 깜짝놀라 눈을떴다. 어둠속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 손길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할수 있을정도라, 지금도 그게 뭐였을까 생각한다.

3주간의 일정이 끝나고 여행지에서의 안타까운(?) 로맨스아닌 로맨스를 뒤로 하고

한국에 돌아오는 내내 내가 연주했던 곡을 들으며, 그렇게 첫스위스 데뷔를 마무리했다.

그곡의 첫소절은 이렇다.

"On a clear day

rise and look around you

and you'll see who you 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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