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세상 끝까지

2. 100대 명산 - 마니산 : 마니산에서 체력과 자유를 마주하다

by 달려라 데이나

오랫동안 마음 한편에만 품어둔, 말 그대로 버킷리스트였다.
‘언젠가 시간이 나면 해봐야지’ 하고 미뤄두던 그 리스트.

퇴사를 하고, 몸과 마음이 바닥을 친 나에게는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 찾아왔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게, 바로 100대 명산이었다.

건강과 힐링, 그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도전처럼 느껴졌다.
다만 이걸 또 의무감처럼, 밀린 숙제처럼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시작은 가볍게.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BAC) 앱을 깔고,
제일 먼저 떠오른 산, 마니산을 찾았다.
집에서 가까운 편이기도 했고,
얼마 전 완주한 경기 옛길 - 강화길 덕분에 왠지 친근감도 들었다.
(힘들게 올랐던 문수산이 스치긴 했지만…)

2025년 6월 29일.
마지막 출근 하루 전날.
나는 100대 명산 첫 번째 도전으로 마니산에 올랐다. 고도도 낮고, 코스도 길지 않은 산이라 10시쯤 천천히 출발했다. 오랜만의 등산이라 설렘도 있었고, “내일부터는 산사람처럼 지내야지!” 하는 가벼운 각오도 있었다. 하하.


초반엔 사진도 찍고, 영상도 찍고, 남편과 키득거리며 산을 올랐다.

하지만 70~80%쯤 올라갔을까.
정상은 보이지 않고 끝없는 급한경사의 돌계단만 이어졌다.
뜨거운 햇살 아래, 숨을 헐떡이며 돌에 앉아 쉬던 그 순간,
헛구역질이 날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

“과연 내가 이걸 올라갈 수 있을까?”

그때 크록스에 핫팬츠를 입은 등산객이 가볍게 내려오는 걸 보며
등산복에 등산화를 갖춘 내가 돌계단에서 주저앉은 모습이
왠지 우스워 보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체력이 바닥났음을 실감했다.
몸이 회사와 스트레스에 얼마나 시달렸는지를 그제야 깨달았다.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이겨내야 한다. 올라가야 한다.

다시 힘을 내어 발걸음을 옮겼다.


정상 부근의 참성단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쯤.
(참성단은 오후 4시까지 개방된다.)

그곳에서 준비해 온 감자와 음료수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사진을 찍은 후 바로 옆 헬기장으로 이동했다.
바로 거기에 정상석이 있다.


드디어!
블랙야크 100대 명산 첫 번째 GPS 인증과 정상석 앞에서의 사진 촬영.
그걸 앱에 업로드하는 순간, 마음속에 벅찬 감정이 올라왔다.

“해냈다! 내가 드디어 이걸 해냈다!”

너무 자랑스러웠고, 너무 뿌듯했다.

하산길.
내가 힘들어 앉아있던 돌계단 곳곳에
다른 등산객들도 땀을 흘리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걸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이렇게 힘든 걸 우리 모두 이겨내고 있구나.” 그리고 중턱을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질문 하나.

“내려가서 뭐 먹지?”

그렇게 족발을 포장해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족발 한 점을 상추에 싸서 크게 한입 물었다.
아, 이거야. 이게 내가 꿈꾸던 것이지.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내가 원하는 걸 스스로 결정하는 삶.
산에서 땀 흘리고, 족발 한입 크게 물고, 미소 짓는 삶.

그 한입이 주는 행복이, 꽤 오래도록 입가에 남아 있었다.(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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