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기 옛길 _ 의주길, 강화길
나는 내가 걷는 걸 좋아하는지 몰랐다.
아니, 사실은 나 자신을 잘 몰랐다는 말이 더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기껏해야 캐시워크로 모은 포인트로 나를 위한 작은 선물,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는 게 전부였다.
주중에는 회사에 치여 아무런 여유도 없었고,
주말엔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더 맛있는 걸 먹고 더 오래 자는 데만 몰두했다.
그러다 주말이 별 소득 없이 흘러가버린 어느 날,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계속 이렇게 지내다 어느 날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버리면 어쩌지?”
남편은 내 말을 흘려듣지 않는 사람이다.
그날도 속상한 내 마음을 위로해 주기 위해 여러 가지를 찾아보더니,
“같이 해보자”며 하나씩 제안해 주었다.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그 말만으로도 무기력한 마음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중 우리 둘이 바로 시작한 것은 "걷기"였다.
예쁜 걷기 길을 찾던 중 ‘경기옛길’이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
앱을 설치한 뒤 집에서 가까운 ‘강화길’부터 도전하기로 했다.
강화길은 아라 김포 여객터미널에서 강화대교까지 약 52km.
짧은 길은 결코 아니었지만, 주말마다 구간을 나눠 걷다 보니 어느새 완주했고,
마지막 코스의 인증 도장을 찍고, 너무 기쁜 나머지 손을 맞잡고 방방 뛰었다.
김포라는 지역이 낯설었는데,
편의점 하나 없는 논밭길을 걷고, 바람을 맞으며, 이제는 우리 동네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
문수산길을 오를 땐 숨이 턱 막혀 헛구역질도 났지만, 인증 도장을 찍을 때는 그 고됨이 온전히 보람으로 바뀌었다.
강화길을 완주한 기세로 ‘의주길’에도 도전했다.
이번엔 내 학창 시절 추억이 있는 길이라 남편에게 이것저것 이야기해 주며 걸었다.
“여기가 내가 다닌 학교야.”
“이 근처에서 친구들이랑 이런 얘기를 했었지.”
조잘조잘 말하며 걸으니, 걷는 재미도,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도 배가 되었다. 이렇게 강화길과 의주길을 완주하고, 인증서와 배지를 받으니,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밀려왔다.
그 뿌듯함은 아직도 내 마음 어딘가에 반짝이고 있다.
좋은 계기로 나는 퇴사를 결정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제는 조금 더 나다운 시간, 나를 회복시키는 활동에 몰입해 보자.
경기옛길뿐 아니라, 코리아둘레길 등등
내가 선택한 길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걷는다는 것.
건강을 위한 시간이자, 마음을 위한 여정이었다.
그리고 걷다 보니 글이 써졌다.
글을 쓰다 보니, 내가 살아있다는 게 느껴졌다.
퇴사 후에 도전을 이어나간 경기옛길의 삼남길은, 그 이야기만 따로 써보고 싶을 만큼 더 깊고 특별한 여정이었다. 아마 다음 글은, 삼남길의 이야기로 시작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