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세상 끝까지

3. 100대 명산 - 천마산: 내 마음이 하늘에 닿기를

by 달려라 데이나

오전 7시, 묵현리 천마산 관리사무소 주차장 도착.
100대 명산 두 번째 코스로 천마산을 선택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물, 등산 스틱, 간단한 요깃거리를 챙겨 출발했는데,
“아! 이 정도면 출근보다 더 힘든 일정 아니냐?”며 투덜거렸다.
물론 그 투정마저도 사실 즐거운 시작이었다.


사실 나는 물이 없으면 불안해지는 ‘물 부족 공포증’이 있다.
한 번은 물을 구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인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공포와 갈증이 너무 강렬해서
그 이후로는 물을 항상 챙기는 습관이 생겼다. 그런 의미에서 천마산은 나에게 최고의 산이다.

관리사무소의 주차장부터 약수터가 있고, 등산길 곳곳에도 샘과 약수터가 이어진다.
삼다수 2리터 페트병을 들고도 걱정되던 내 마음이 약수터 앞에서 안도감으로 바뀌었다.
“오늘은 물 걱정 없이 오를 수 있겠구나.”

‘깔딱 고개’를 지나 잠시 의자에 앉아 바람을 맞았다.
숨이 고르자 마음속으로 이런 말이 나왔다.
“오늘도 멋지다, 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스며들었다.

아! 또 천마산은 뷰가 인상적이다. 산 깊은 곳에 자리한 (운영 여부는 알 수 없지만) 호텔이나 콘도가 우두커니 서 있고, 예전 ‘천마산 스키장’으로 불리던 시절의 슬로프가 이제는 초록 잔디로 덮여 있다.
아직 다 덮이지 않아 마치 눈 덮인 슬로프를 보는 듯했고, 한때의 활기찬 시절을 떠올리며 왠지 모를 쓸쓸함이 스쳤다.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계속 가자, 고고!”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거의 다 왔다’는 생각과 ‘해냈다’는 기분이 같이 몰려왔다.
정상석을 보고서야 알았다. 천마산(天摩山)의 뜻이 ‘천(千) 마리의 말(馬)’이 아니라
‘하늘 천(天), 문지를 마(摩)’, 즉 하늘을 문지를 만큼 높다는 의미라는 것을.

정상에 서니, 마음도 덩달아 하늘에 닿은 듯했다.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해 주세요. 그리고 평생 남편과 이렇게 재미있게 놀러 다니게 해 주세요.”
하늘을 향해 조용히 기도했다.

100대 명산 GPS 인증을 마치고, 정상석 앞에서 사진을 찍고, 준비해 온 감자와 과자를 나눠 먹었다.

내려올 때는 관절 보호를 위해 등산스틱을 꺼내 들었다. 이미 지나온 길이라 익숙했지만,
이번엔 숲 향기와 새소리에 더 집중하며 천천히 걸었다.
그렇게 내려오자 주차장에 거의 도착했을 때, 비가 ‘와다다’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 타이밍 실화야?”
절묘한 순간이었다. 먼지를 털고 차에 올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셨다.

차가운 커피가 목을 타고 내려갈 때, “캬아~ 이보다 더 큰 행복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시원했고, 내 마음은 뿌듯함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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