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100대 명산 - 관악산 : 역대급 등린이 고생난이도 상급 등산기
아침 5시 누군가는 출근 준비를 하거나, 아직 꿈속에 있을시간, 100대 명산 세번째 산을 위해서 길을 나섰다. 오늘의 목적지는 관악산. 사당역 관음사로 출발하여 인현능선, 낙성대 능선, 마당바위, 헬기장을 거쳐 깔딱고개를 넘어 연주대에 다다르는 등린이에게는 다소 무리한 코스였다.
나는 정말 모르고 출발했다. 진짜 몰랐다. (두둥)
“어떻게 이걸 모를 수 있었지? 왜 그냥 남편이 짠 코스를 따라간 거지?”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이제 와서 돌아갈 수도 없으니, 그냥 간다.
시작은 좋았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서울 시내, 숨이 차도 물 한 모금 마시며 쉬었다 가면 ‘아, 이 정도면 할 만하다’ 싶은 기분.
하지만 능선을 하나, 두 개 넘을수록 땀은 줄줄 흐르고, 아직 연주대는 보이지 않는다.
계단 위에 또 계단, 철제 계단과 나무 계단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관악산이라는 이름답게 바위들이 연속으로 나타난다. 바위를 오르고, 또 내려오고.
해가 점점 뜨거워지니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멀리서 동그란 연주대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 안심되기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아니, 아직 봉우리를 더 넘어야 한다고? 이건 진짜 말도 안 돼.”
그런데 뒤돌아본 순간, 서울 시내가 한눈에 펼쳐졌다.
롯데타워, 남산타워, 63빌딩, 여의도 더현대… 손가락으로 하나씩 가리키며
잠시나마 기운을 되찾았다. 그리고 다시, “고고!” 외치며 발걸음을 옮겼다.
마지막 계단. 남편과 수다를 나누며. 하산 후 먹을 음식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를 응원하고 다독였다.
‘저 끝없는 계단 끝에는 연주대가 있겠지. 거의 다 왔어. 힘내자.’
그렇게 한 발, 한 발 더 나아갔다.
관음사에서 출발한 지 약 4시간. 드디어 연주대 도착.
GPS 인증, 정상석 앞 인증샷, 그리고 준비해온 감자와 과자.
그런데 그 순간, 불안감이 밀려왔다.
“물… 1/3밖에 안 남았다고? 아니, 1/4밖에 없잖아?”
아시다시피 나는 물 부족 공포증이 있다. 물만 없으면, 이상하게 엄청 불안해진다.
지금부터는 한 모금씩 아껴 마셔야 한다. 스스로에게 되뇌이면서, 등산스틱을 꺼내고, 하산 준비를 했다.
하산은 약 3시간. 그런데 내려오는 동안 사진이나 영상이 하나도 없다. 극심한 갈증과 불안감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리도 풀려서, 마지막 고개 근처 바위 앞에서 주저앉아
‘물도 없는데… 나 이제 어떡하지…’ 하며 눈물이 찔끔났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웃기다. 사막도 아닌데 물 없다고 눈물이라니.)
남편은 저 멀리 앞서 가고, 나는 어떤 바위 앞에 주저 않아 찔끔 눈물을 훔쳤다.
그때, 어떤 조류녀석이 (어떤새인지 기억이 가물하다..) 내 옆쪽을 휙 스쳐지나갔다. 마치 "뭐야.. 얘...운다..." 이런 느낌이길래 피식 웃음이 났다. 그래 여기서 포기할 순 없잖아. 다 내려 왔는데, 정신줄을 다시 잡으며 한발한발 이어갔다.
드디어 산 아래 도착.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가 게토레이 한 병을 원샷. 그런데도 갈증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인간이란 참 나약하구나. 고작 몇 시간 수분을 못 섭취했다고 눈물까지 흘리다니.’
되돌아보면 너무 웃긴 하루다. 남편을 원망하고, 물을 더 챙기지 않은 내 자신을 원망하며 투덜거리던 모습이 지금은 우스울 뿐이다.
결국, 마음먹기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진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리고 또 배웠다.
고마워요, 관악산. 이 하루는 절대 잊지 못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