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트라우마, 저도 수영할 수 있을까요?
의외로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물과 관련해 트라우마가 있다. 형제가 물에 빠지는 모습을 본 사람(그게 결국 죽음으로 이어지면 최악), 내가 물에 빠진 경험 등 이런 사람들이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게 수영이다. 나는 그러한 것을 경험하지 않아 무리 없이 수영을 하고 있지만 사실 '호흡'과 관련해 트라우마가 있다.
아주 추운 겨울, 만석인 광역버스에 두툼한 패딩을 입고 탔다. 광역버스라 창문도 열 수가 없고, 움직일 수도 없는 그 상황에서 기절직전까지 간 것이다. 이산화탄소만 가득한 밀폐된 공간에서 점점 호흡이 가파지고 할 수 없게 된다는 공포감 그리고 순간 사라진 기억. 이 때문에 나는 사람 많은 시간에 대중교통을 절대 타지 않는다. 차라리 몇십 분 일찍 나가지.
몸이 기억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게 지울 수 없었다. 수영을 시작하면서 정확히는 '호흡'과 관련된 훈련을 하면서 다시 이 기억들이 소환된 것이다. 어쩐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수영 기어가 있는데 바로 '스노쿨'이다. 입 혹은 코 둘 중 하나를 막는다는 건 내게 큰 공포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스노쿨을 끼는 이유는 드릴을 하거나 자세 교정 때문인데 스노클을 하는 순간 나는 숨이 막힌다. 아니 제대로 말하면 호흡이 안된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예전에 훈련 때 스노쿨 끼고 하다가 갑자기 극심한 공포에 25미터도 채 나가지 못했고, 결국 중간에 빼고 수영을 했다.
더 큰 문제는 잠영이다. 무호흡 대시, 25미터 잡영 이건 정말 내겐 '도전'이다. 훈련 시작부터 잠영이 있으면 난 수린이가 되어 버린다. 1,500미터 이상은 돌아야지 몸과 호흡이 물에 적응하면서 잠영도 그나마 편하게 할 수 있다. 아. 결국 훈련과 적응인 건가.
수영을 하면서 처음 호흡이 편안하게 느껴졌던 것은 '하이 폭식 훈련' 때였다. 수영할 때 호흡을 제한시키는 일, 두 번에 한 번 일정하게 호흡하던 것을 3번에 1번, 5번에 1번, 9번에 1번 이렇게 늘리면서 심폐력을 기르는 훈련이다. 이 훈련을 한다고 할 때 "내가 할 수 있을까?" 겁부터 먹었다. 훈련팀에서 꽤 수영하신다는 분들도 하이 폭식하니깐 고개를 절레절레. 경험해보지 못한 난 '단순히 호흡을 참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200m 이상을 보니 꽤 해볼 만한 일이었다. 물론 속력을 크게 내지 않아서 심박수가 높지 않아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갑자기 물과 하나 된 느낌이 들면서 쭉쭉 나아가는 느낌 그리고 이대로 계속 수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호흡하는 방법'을 몰랐을지도 모른다. 한 번은 이를 극복하고자 프리 다이빙한 적이 있다. 아무런 기구의 도움 없이 오직 자신이 훈련된 호흡 방식으로 깊이 물에 들어가는 일. 난 일을 통해 호흡을 다시 배워보고 싶었다. 덕 다이빙을 하여 5미터가 채 되지 않은 '깊이'를 이퀄라이징을 하면서 내려갔다. 아 생각해보니 그때의 느낌이 하이 폭식 훈련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갑자기 물속이 진공상태가 되면서 마음이 평온해지고 아 이대로 조금은 더 내려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 방법을 배우고, 시간이 걸리지만 내 몸을 적응시키고 지속하다 보면 된다는 것을, 이미 난 경험했다.
그래, 생각을 바꿔
'극복'이 아니라 '방법'을
찾아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