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릴 것인가 밀어낼 것인가
올 초까지 들었던 자유형 자세 지적
팔에 힘이 없다고 했다. 물을 끝까지 밀어내지 못하고 물에 내 팔이 밀려 채 자세를 완성하기도 전에 중간에 빠져버리는 팔. 자유형 영법에서 가장 시급하게 고쳐야 할 부분이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나요?"
"수영은 속근육입니다. 속근육을 키워야 해요."
그때부터 밴드 운동이 시작되었다. 그게 아마 작년 11월. 적당한 강도로 큰 근육이 아닌 수영에 쓰이는 근육을 자극시켜줄 루프 밴드는 항상 수영 가방에 있었고 물에 입수하기 전, 아니면 집에서 미리 삼두근과 광배, 어깨를 예열하고 갔다.
강도가 제일 낮은 밴드였으나 역시 팔에 힘이 충분하지 않았던지라 내게는 가볍지만은 않은 워밍업이었다. 이게 얼마나 도움 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의식'처럼 했다. 그러다가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의 차이를 느끼게 된 건 올 초였다. 마치 러닝 워밍업 때 고관절을 풀면 좀 더 가볍게 뛰는 것 같은 느낌? 삼두근과 광배근을 묵직하게 하고 가면 물속에서 더 자극이 되어 영법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걸 몸으로 느끼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다시 6월, 웨이트를 하기로 하면서 다시 밴드들을 꺼내 들었다. 이번에는 '말린 어깨를 펴주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강도가 있는 세라밴드로 바꾸었고 날씨가 더워져서인지 아니면 아직 근육들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할 때마다 소름이 돋았다. "근육이 늘어나는 것일까." 그렇게 한 달 뒤 트레이너 선생님이 어깨가 좀 펴진 것 같다고 했다.
며칠 전 자유형을 하는데 가볍게 휙 하고 어깨가 돌아가면서 리커버리가 되었다. 이전과는 다른 느낌에 수차례 25미터 레인을 돌았다. 푸시-피니쉬 구간까지 손을 밀어낸 것은 분명했다. 손끝이 허벅지 바깥쪽을 지나는 것을 의식적으로 확인했다. 너무 신나서 그날은 자유형만 뺑뺑이를 돌았다. 어쩐지 작년부터 사용하던 밴드인데 예전보다 더 늘어나는 것 같았는데 그게 기분 탓이 아니었구나. 흐르던 땀과 함께 돋던 소름도 사라졌다.
물을 힘으로만 밀어내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지만 그렇다고 또 물을 밀어내지 못해도 나아가지 못한다. 물에 적합한 근육을 만드는 과정과 시간이 쌓이면서 조금씩 물이 내 편이 되는 것 같다.
- 2022년 여름에 작성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