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획은 어디에
구르는 삶에 이리저리 치이다 보면 어느 순간 '감성적'사고는 멀어진다.
마음의 여유가 없음을 자연스레 깨달아가는 과정에 '현실적'사고를 더해가는 일이 익숙해지는 것.
그것이 하나의 어른이 되어가는 일임을 이제는 받아들여야만 한다.
향후 3년. 눈을 깜박하는 순간에도 아까운 시간은 흐른다. 3년이란 시간은 금방이겠지만, 그 안에 내가 만들어가야 할 삶은 무엇일까. 무엇을 해야 할까. 주제를 받고서야 그동안 막연하게나마 하고자 했던 무엇들을 잠시 잊고 지냈다는 것을 알았다. 뭐가 그리 바빴던지 한동안 어떤 앞날의 계획조차 생각해볼 겨를이 없이 지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겨를. 어떤 여유를 바란 것도 아닌데 그럴 겨를 조차 없었다니 어릴 적 그 많던 빈 시간들에 공상을 즐겼던 소녀는 어디로 갔던가. 열심히 굴리던 발을 잠시 멈추고 보니 흔들흔들, 앞으로 뒤로 생각이 흔들린다.
애엄마가 그렇지 뭐.
직장인이 다 그렇지 뭐.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렇지, 거기서 거기지 뭐.
라고는 해도.
나는 향후 몇 년의 계획 같은 건 생각할 수 없이 바로 코앞에 치달은 일들을 해내기에 급급한 하루들을 보내었지 싶다. 그래서 이제와 마음 급한 척 굴어보지만. 아니 벌써.
올해는 11월의 끝자락에 달아있다.
어릴 적엔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들을 착착 잘도 나열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무엇 하나에도 걸음이 조심스럽다. 눈앞의 것들을 살피지 않고서는 한 발을 내딛지 못한다.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계획 같은 것들에 막연한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던 것도 같다. 누군가 등 떠밀어 급작스레 들이닥친 상황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계획은 시작. 조차 하지 못한 채, 일종의 버킷리스트와 같은 형태의 목록으로 남겨진 후, 잊히고 만다.
인생의 포트폴리오.
하고 싶은 일들은 여전히 많은 것도 같고, 반쯤은 막연한 상상에 불과한 일인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언젠가 해야 할 것 같고, 또 가끔은 금방 해낼 것 같기도 하고. 사람들은 어떤 계획을 어떻게 세워 하루들을 채우고 또 성취를 해나가는 것일까. 완성형의 포트폴리오라는 것은 언젠가의 나의 삶의 이력에도 한 줄 ㅡ 그럴싸하게 채워질 수 있는 것일까.
'엄마'라는 타이틀이 때로 버겁고 무거운데, 나는 한때 꾸었던 꿈들을 하나씩 되찾을 수 있는 시간과 (마음적) 여유를 다시금 가져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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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야 할 것들이 참 많지만 바쁜 하루를 보낸 후에 노트북을 켜고 앉아있으니, 사실 아무 생각이 들지가 않는다. 그런 하루들의 현실. 그래서 주제엔 맞지 않지만.. 당장은 향후 몇 년 후의 계획을 하기보다, 오늘 하루도 바쁜 하루를 잘 견디었고, 잘 흘려보내었다는 것에 감사하며...
조금 막막하기도 하고 먹먹하기도 한 계획이 들어있을 내 인생의 포트폴리오는 잠시(가 되길 빌면서) 서랍에 넣어두기로 한다.
@ HSP's Creative Writing4
- 향후 3년, 추가하고 싶은 인생의 포트폴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