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분명하지 않은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한다.라는 것을 최근에야 새로이 알게 된 느낌이다.
가끔 회사의 일로 촬영을 나가거나 하는 일이 있어 사진을 찍을 때마다 늘 형식적이고 업무적으로 필요한 쓸 사진만을 찍는다고 생각해왔었는데, 개인적으로 찍은 사진들이 아니기 때문에 특히나 더욱 그러했을 텐데도 여러 개로 나뉜 업무용 사진 폴더를 뒤적뒤적하면서 보니
급한 셔터질에 핀트가 나가고, 흔들리고 때때로 수평을 맞추지 못한 침착하지 못한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진들. 그리고 제대로 찍을 수 있건 없건간에 그저 모호한 빛을 따라간 그런 사진들이 수두룩하게 나왔다.
예전 회사의 홍보팀 팀장님이 내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E야. 사진 찍을 때 꼭 수평 잘 맞추고, 흔들리지 않게 찍어라.
흔들린 사진은 아무 데도 쓸 수가 없어 ㅡ.
라고.
카메라를 대충 익혀 쓰다가 기능을 하나씩 써먹게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인데 꼭 흔들린 사진이 무조건 적으로 가치 없다는 뜻인 게 아니라 업무적으로 필요한 사진은 네모반듯하고 또렷한 것이어야 했고, 또 일반적으로는 카메라의 초보자가 기본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이었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처음엔 그 말을 따르려 굉장히 애를 쓰고 신경을 썼지만... 결국은 사람이 변하지 않으니 내어놓는 결과물이 별반 다르질 않았다. 그래도 어느 정도 꾸준히 촬영을 나가니 나중엔 어느 정도의 업무적으로 쓸 사진이란 것을 만들어내기는 했는데, 그 와중에도 절대 못 버릴 고집, 혹은 처음 잘못 잡힌 습관으로 누가 보아도 이 사진은 내가 찍었음을 증명하듯 한 나만의 사진이란 것을 꼭 남기고는 했다.
- 분명치 못한 대답
살아 있지만 어쩐지 생물체가 아니란 느낌이 들어 묘한 해파리.
현실적이지 않다라 여겨지는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고는 한다.
몽환적이고, 또 애매모호한 빛의 물체.
한 번은 그런 수족관의 부유하는 해파리들에 눈길이 갔다.
화려한 춤을 추는 것 마냥 유려한 움직임을 보이는
다양한 색채의 빛이 투과해 같은 듯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부유 생명체.
문득, 궁금해졌다.
사람이 만약 빛을 투과할 수 있는 투명한 존재 일 수 있다면
나를 거쳐간 빛은 어떤 색채를 낼까 하고.
무지개색을 좋아하는 딸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엄마 나는 무지개 색깔 머리를 하고 싶어.
열심히 여자아이를 그려놓곤 자신이 말한 대로 색연필을 골라가며
하나의 머리에 여러 화려한 빛깔을 입혔다.
그러고 나서 엄마는 어떤 색이 좋아? 하고 물었다.
애초에 투명해질 수 없는 존재일 것이라면
아이처럼 분명한 색을 지니고 싶다는 강렬한 마음이라도
함께하면 좋으련만.
나는 대답마저도 분명치 못하게 글쎄. 하고 말았다.
- 붙들고 싶은 빛
긴장으로 뻣뻣이 굳은 어깨를 내리고
익숙한 퇴근길엔 떨어지는 해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오늘 라디오에서 흘렀던 음악은 유재하의 지난날.
더 이상 뜨겁지 않은 때에 마주하는 해는
보고 싶지 않은 세상의 것들이 어두움에 가리어지는
복잡스런 하루의 시간 중 가장 아름다운 한 때.
차갑게 식어가는 공기를 들이마시고
마음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하루의 시간 중 유일하게 붙들고 늘어지고 싶은
정면으로 마주하는
평온의 시간.
- 밤의 드라이브
정처 없이 떠난 길에 함께 했어야 할 지표를 잃고
익숙한 현실의 도로를 얌전히 따른다.
가로등불의 친절한 안내를 받고
특별한 것 없이, 특별할 일 없이 돌아가게 될
짧은 밤의 이탈. 혹은 일탈.
- 파동
잔잔하게
흐트러진 것이 빛인지, 물인지 아니면 내 마음인지.
반짝이며 흐르는 바다는 아름답기만 하다.
@ HSP's Creative Writing3
- 사진에 관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