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ㅌ.
바래져 있다.
종종 멍한 시간에
지나온 순간들을 떠올려 보고는 한다.
즐거웠던 한 때 힘겨웠던 날들과 어떤 슬픔들
일정치 않게 다양한 순간들이
모두 떠오르는 때가 있다.
문득 떠오른 기억들 중
가끔은 희미해지고 내 안에서
부옇게 변해버린 것들에 대해 한참을 고민한다.
함께 걸으며 웃음을 짓고 있는 내 곁의
얼굴들이 흐릿하고 목소리들은 들리지 않는다.
내 안에서 조용히 소리 없이 멀어져 간
어떤 이들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이마를 찡그리고 한참을 생각해 보아도
한 때 자주 들었던 노래가 생각나지 않는다.
마치 선명한 색채의 그림 위에
누군가 하얀색 페인트로 마구잡이 칠을
해놓은 듯한 느낌이다.
'나'는 삶이 계속되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잊어갈까.
그리고 '나'는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서
지워지고 있을까. 아니 지워졌을까.
순간적으로
단순히 잊어간다는 또 잊혀진다는
그 사실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당연하게도 모든 기억을 안고 갈 수는
없겠으나 나 모르는 새 나 모르게
바래진 순간들이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