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우울은

by elliott









엄마의 우울은






설거지에서 비롯되었다.


물에 잠겨 얼마만큼 불려져야

자연스레 밀어질까 싶은 이야기들을 안고

켜켜이 묵은 더러운 감정 찌꺼기들을 품고

긁어내어도 떨어지질 않는 마음의 딱정이를 지우고



집 한구석

등 돌아 조용한 숨을 뱉을 수 있는 그곳

아무도 모르는 얼굴을 하고선

덜그럭 소리를 내며 쏟아지는 물을 받아

아무에게도 못할 말들을 흘려보낸다.




깨끗하게 씻긴 그릇들은

시간이 지나면 단정하게 메마르지만



그리 흘리어 보내어도

계속해서 차오르는 기억들은

삶의 고됨은

씻겨지지 않으며 흐트러져 있으며

마르지 않는다.




엄마의 우울은

그곳에서 비롯되어 아직도 그곳에

그런 채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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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는 이제 그녀와 같은 자리에 서 있으며

조금은 그녀를 이해할 준비가 되었다.

등 돌아선 그 모습 굽어진 어깨,

그늘진 그 얼굴 줄곧 외면해왔지만



이제서야. 준비가 되었다고 느낀다.

너무도 늦었지만


47년생의 엄마를 이해하기에

88년생의 딸은 마냥 어리기만 했어..






2019.07.01. 오전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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