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와 친절 넓은 아량, 어떤 배려와 침묵 그리고 공감과 위로.
부채가 많아 어깨가 무겁다.
양 손바닥을 펼쳐 바라본다.
주저하지 않고 두 배 이자를 더해 갚고 싶은 마음들을 떠올린다.
두 손을 꽉 쥐어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떠올려본다.
마음에 조금씩 힘이 들어간다.
오늘을 걷는다.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
이런 부채를 지니고 걷지 않을 수는 없으니
조금씩 조금씩 거리를 좁혀나가야만 한다.
차곡차곡 쌓인 고마운 사람들의 마음이
내 의지보다 더 강한 힘으로 나의 삶을 끌어간다.
고마운 사람들에게 오늘 하루를 걷는 것으로
하루치 마음을 갚았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 말한다면
그것은 너무 이기적인 것일까.
그들은 고맙게도 나의 이러한 고민마저
'다 안다'고 말해줄 것 같다.
고마운 사람들은 꼭 그렇게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얼굴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