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인다

깎인다.
또 한 면이 잘려나간다.
깎이고 깎인다.
나는 하나의 덩어리
하나의 면으로 존재치 않는다.
나는 하나의 덩어리
보이는 것보다 더 깊은 곳에 진실이 담기고
글자보다 더 안으로
면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
분명한 내가 있다.
나는 하나의 덩어리
보이는 것보다 좀 더 안으로.
하려는 말은 그곳에.

보이는 대로만 믿어라 ㅡ
아니 누구 하나쯤은 알아채어라 ㅡ
아니 아무도 알 수 없어라 ㅡ
조금쯤 드러내면.

나는 다시 깎이고
조각으로 떨어진다.

나는 하나의 덩어리

정직한 풀이로 재단하였나.
조각을 든 당신은 무얼 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