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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ott May 05. 2021

파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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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태양 빛에 휩싸여 있는 한낮의 시간에도 나는 그들을 본다.

저마다의 표정이 다르고 행색도 다르지만 군중 속에 어우러져 자칫 놓칠 수 있는 그들을 나는 언제고 찾아낼 수 있다.

마음의 기울기가 눈에 띄게 한쪽으로 치우쳐진 이들은 푸른빛을 띤다. 미처 치유되지 못하고 온 몸으로 퍼져간 푸르스름한 빛은 이내 그들을 잠식하고야 말아 ㅡ 한동안은 모른 척했고 또 한동안은 지나쳐 왔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했지만 나는 그들을 마주하게 될까 두려웠다.  나와 닮은 얼굴, 라는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이들. 그들이 보고 있는 나 또한 푸른빛으로 감싸여 있을 테니 피차 같은 처지에 어째야 할까. 삶에 무감한 듯 안으로 곪은 상처에 통증을 느끼며 그러나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며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ㅡ  온몸을 휘감은 푸른빛의 멍에는 서서히 짙은 색채로 변모하고 까맣게 굳어가는 마음은 스스로 움직이기를 거부한다. 누군가 자신을 못 박아 그 자리에 고정시켜둔 것이 아니래도

더는 나아갈 수 없노라 말하고 이제는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없다고 말한다. 그들은 자신의 틀 안에서 서서히 메마르고 있는 자들이다. 말을 잃고 목소리를 잃었으며 누구도 붙잡지 않는다. 오롯이 자신만을 감싸 안는다.



어느 날엔가 그들은 밝은 빛 아래에 서 있다.

빛을 가득 안은 밝은 얼굴과 헤아릴 수 없는 어둠에 지워진 얼굴. 나는 밝은 빛 아래에서 더욱 짙어진 색채의 어둠을 본다.


블루. 가장 명확한 통증의 색채를 바라본다.

나는 언제인가부터 그들을 파란 사람들이라고 불렀다.




- 20. 0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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