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관한 - 멀리 오래 보기

by elliott



비비언 고닉의 멀리 오래 보기라는 책을 북펀드를 통해 구매했다. 북펀드는 처음인데 출간을 함께 해준 분들이라는 한 페이지에 나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니. 원하는 것을 소유하게 된 욕심 많은 인간의 만족의 얼굴이 나의 얼굴 위로 겹쳤다.


이 책으로부터였다. 나를 이 책에서 저 책으로 이끌어준 처음의 시작은.

책을 좋아한다고는 말하지만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일하느라, 아이들이 있어서, 이 일 때문에, 저 일 때문에, 아파서, 휴식이 필요해서. 다양한 이유로 책을 '좋아하는 만큼' 많이 보지 못했다는 핑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사람마다의 때가 있듯이 내게도 때가 왔는지 나는 본의 아니게 책에 몰두하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지난 몇 년간은 적어도 나라는 인간이. 내면이 뒤틀리며 내는 어떤 소리와 모양이 변화해 가는 지점들을 직접적으로 목격할 수 있었다. 분명 현실의 '고정적'이라고 불릴만한 상황들은 변하지 않았는데. 분명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는데 무엇인가가 변했다.라고.... 어떤 말로 풀어내지 못할 개인적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바뀌었다. 마음이. 그리고 삶이 바뀔 것을 예감한다.

+

(26년 추가 ㅡ 삶의 현실의 위치는 바뀌지 않음, 그러나 정신적인 위치의 이동은 분명하다 ㅡ 계속해서 변하고 나아가는 방향에 있다. 다음엔 위치에 관함한 이야기를 써야겠다.)



몰두. 그래. 이 말이 어울린다 싶다.

나는 읽는다. 시간이 나면 읽는다. 매주 혹은 격주로 도서관엘 다녀온다. 성실한 기독교인이 주일에 교회를 찾는 것처럼. 나는 나의 삶을 구원해 줄 책을 찾아 매주 서가를 찾는 것이다.

지난 인간들이 경험한 것들은 어떤 예언보다도 더 확실한 삶의 지침이 되어준다.


배우라. 사랑하라. 돌아보지 말아라. 건강하라. 읽으라. 자신을 찾으라.


익히 아는 것들을 되새김질하며 새로이 '인식'하게 되는 과정을 거치고 나면 나는 무엇을 소화했는지도 모르게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25년 추가 - 가벼워졌다가 무거워지는 지점이 있었다. 그건 읽으면 읽을수록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무지에 관한 생각 때문이었다)

나는 본 것을 새로이 보고. 안다고 말했으나 알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알게 되며, 점차적으로 인간적인 얼굴. 나는 항상 이 인간적인 얼굴을 깨진 얼굴이라고 홀로 표현하고는 하는데. 이 깨진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게 되는 것.


삶은 어느 때보다도 무거운 무게로 나를 짓누르는 와중. 그 무게를 견디는 것은 나이며. 나는 그것을 무게로만 인식하지 않고 '삶의 과정' 그리고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존재의 의미를 떠올리게 되면....


그러니까 고통. 계속되는 고통 속에서도 삶은 그대로 살만하지 않은가. 작은 기쁨, 작은 삶의 조각들이 나를 살게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들을 계속해서 하게 되는 것.


아침마다 눈을 뜨기 두려워했지만.


지금은 읽기 위해. 또 읽기 위해. 말로 표현되지 못하는 마음을 읽어내리기위해.

나는 살고자 하는 마음을 되짚는다.


2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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