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값

by elliott



온통 계산기를 두드리는 사람들뿐입니다. 믿음과 신뢰를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계산기를 두드리며 어떤 확률에 가까운 값을 지닌 인간인지를 가늠하려 합니다. 눈뜨고 코베이는 세상이라 ㅡ 그렇게 말했던가요. 이미 나는 눈도, 귀도, 코도, 사지도. 다 베였습니다. 삶이 그토록 냉정하고 나를. 나 하나를 돌보기 위해 주어지지 않았음을 알고 있습니다. 늘 통증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하게 되는 간 그럼에도. 나는. ㅡㅡㅡㅡㅡ나는.... 웃을 겁니다.라는 말을 할 거라는 겁니다. 당신의 계산으로는 나는 어떤 값도 측정할 수 없는 인간일 겁니다. 삶의, 인생의 가치는 누구에게나 다르며 그것이 결코 보잘것없지 않으니까요.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당신은 어떤 값을 지녔나요. 나도 당신에게 값을 요구했나요. 그렇지 않았다고 믿고 싶습니다. 나의 감정은 검은 숫자가 찍히지 않은 백색 무지였을 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나는 지쳐있습니다. 그래봐야 하루에 몇 걸음일까. 그래봐야 하루에 몇십 장. 그래봐야 하루에 몇 보. 내게 여남은 몇 조각. 남은 조각들 그러모아 하나씩 채워가는 삶입니다. 사소한 것들은 보잘것없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친 마음에는 그 몇몇의 사소하면서도 중요한 일들을 내려놓고 싶어 집니다.

나 스스로를 잘 알지 못해서 남들보다 더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맞닥뜨리는 상황에 어떤 말과 행동 표정을 짓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당신 앞에선 웃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웃으면 오해를 하게 되니까 어떠한 작은 오해도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건 나를 위한 변명입니다. 당신은 값을 가늠하려 했고 무엇을 숨기는 인간이 들킬까 두려운 인간인 나는 신뢰를 요구했습니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우린 서로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당신은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렇게 같은 사람이라고, 서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면 당신의 기분은 조금 나을까요. 별반 다르지 않은 평범한 하나의 사람. 조금 안심이 될까요.


사람들의 진심을 알고 싶습니다. 나는 알고 싶기에 들여다보지만 안개가 잔뜩 끼인 숲에선 아무것도 볼 수 없습니다. 자욱한 안개가 가리고 있는 것은 어떠한 마음들입니다. 측정값. 을 지니지 않은 순수함. 깨지기 쉬운 진심은 두려움에 어두운 곳으로 숨어버렸습니다. 손을 휘저어보고, 소리를 질러 보아도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측정값. 나의 머리엔 아무런 숫자가 없고 어떠한 측정값도 없으니 괜찮다고 말한다면 과연 믿을 수 있나요. 신뢰의 요구. 어렵습니다. 어떠한 값을 치러야 할까요. 진심의 눈과 진심의 말과 진심의 행동들 ㅡ (거짓 없는)

우리는 모두 잃었습니다. 잃은 것은 아픕니다. 그저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갑작스레 잃은 것입니다. 잃은 것은. 잃는 일은.

가잔 큰 통증을 느끼게 합니다. 웃을 일 가득한 삶에서, 내내 울게 될 어린 마음 하나를 깊숙한 저편으로 던져 넣는 일입니다.


머리 위에 떠오르는 숫자. 값. 요구. 당신은 나의 무엇을 봅니까. 인간으로서의 뜨거운 마음이 식어감을 느끼며 쓰는 글입니다. 생, 열덩이. 갓 태어난 아이가 나의 가슴에 얹혔을 때. 그 뜨거움. 그 열. 생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값진 것. 태어남. 태어난 인간. 당신은 나의 무엇을 봅니까. 나의 측정값은 어떻습니까.





25.06. #3






값어치가 없어 아무렇게나 내던져진 좀 더 귀한 인간이 되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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