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에 관하여

「명상록」 3권

by 루너

「명상록」 3권은 주로 이성에 관해 말한다. 세상의 원리를 알고 그것을 존중하자는 내용은 2권에서도 나온 바 있다. 3권에서는 더 강력히 이성에 따를 것을 권고한다.


고대 그리스부터 이어져 온 발상이 있다. 몸을 경멸하고 영혼을 중시하는 것이다. 아우렐리우스도 동일한 생각을 표한다. "영혼은 지혜이며 신성이지만 몸은 진흙이요 부패물이다." 나는 몸을 경시하는 사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영혼의 존재를 믿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아무튼 영혼이 무언가를 체험할 수 있도록 사건을 일으키는 것은 몸이기 때문이다. 특히 몸이 늙으면 판단력이 함께 쇠하는 경우도 많다. 몸을 관리하지 않으면 영혼 또한 안위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하지만 몸이 과대평가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몸의 쾌락이 정신을 지배하면 온전한 판단력을 사용할 수 없어 스스로 파멸한다.


아무튼 아우렐리우스는 일시적일 몸의 쾌락보다 영원할 영혼의 좋음을 이룩하기 위해 이성을 따르기를 권한다. 특히 아우렐리우스는 이렇게 단언한다. "공공의 이득을 위한 일이 아니라면 그대는 남의 일을 생각하는 데 그대의 남은 삶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이는 관계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말고 자신이 생각하는 올바름만을 행하라는 뜻이다. 이 말은 내게 깊은 깨달음을 주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목적 외의 다른 요소들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가 일을 그르치는 일이 많았다. 단지 협력만 하면 될 뿐인데 괜히 친밀감을 얻으려 쓸데없는 일을 하고, 또 반감을 얻을까 봐 마음을 졸이다가 최선을 다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이성이 처음에 제시한 목적에 충실하지 못하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 다른 무엇보다도 이성이 시키는 일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람은 감성이 없는 관계에 염증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관계를 너무 깊이 맺으면 오히려 서로에게 해롭지만, 감성과 이성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어떤 선이 있기는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성에만 복종해야 할까? 아우렐리우스는 이렇게 말한다. "그대는 다만 단순히, 그리고 자유롭게 최선의 것을 선택하라. 그리하여 그것을 지켜라. 유용한 것이 최선의 것이다. 만일 합리적인 존재로서의 그대에게 그것이 유용하다면, 그것을 고집해야 한다." 아우렐리우스에게는 행동의 기준이 합리성이었다. 다른 기준은 부수적인 것들이었다. 아마 공적인 일을 소화해야 하는 황제라는 직위의 특성상 정해진 기준일 것이다. 황제가 아닌 나에게는 또 다른 모습이 최선일지도 모른다. 나 스스로 나에게 가장 유용한 기준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감성을 버리지 않는 선에서의 합리성이 더 올바른 기준이 될 것이다.


이처럼 스스로의 기준은 스스로가 정해야 마땅하다. 아우렐리우스의 행적은 물론 훌륭한 본보기가 된다. 하지만 결국 내 삶에서 내가 체험하는 것이 최선에 더 가까울 것이다. "그대에게 제시된 사물에는 정의나 해석을 스스로 내려야 한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모든 일을 처리하기 위해 그 준비로서 언제나 근본 원리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대의 눈앞에 놓여 있는 목적을 향해 줄달음쳐야 한다." 결국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파악하기 위해 생각에 골몰해야 한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 자신이 입고 있는 옷 모두를 탐구해야 한다. 탐구가 우리를 삶의 진리로 이끌 것이며, 이렇게 각자의 최선들이 모여서 우주의 최선을 이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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