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십계명

「명상록」 11권

by 루너

「명상록」 11권의 18장은 굉장히 길다. 짧게 끊은 다른 장들과는 달리 내가 읽은 판본 기준으로 한 장(두 쪽)을 가득 채울 정도이다. 18장은 '만일 누군가 나를 화나게 할 때 생각해 볼 것들'에 대해 열 가지를 말하는데, 비단 이 주제뿐만이 아니라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많다. 그래서 11권에 관한 글은 18장을 중심으로 쓰려 한다.


(1) 우리는 서로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생각하라.

아우렐리우스는 우리 인간의 세계를 나무에 비유한다. 인간은 나뭇가지이다. 나뭇가지가 속박이 싫어 스스로 떨어진다고 해도, 막상 나무에서 떨어진 나뭇가지는 살 수 없다. 우리가 사건이나 사람 하나에 일희일비해서 집단으로부터 떨어져 나갈 경우 우리도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2) 사람들이 식탁이나 침대에서 어떤 모습인지 생각하라.

정확한 해설이 아니라 주관적인 해석이지만, 나는 이 문장을 이렇게 해석한다. 식탁과 침대는 욕구를 충족하는 자리이다. 이 자리에서 취하는 모습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면, 그 사람은 욕구에 지배당하는 불쌍한 처지에 있는 사람일 것이다. 우리는 욕구들과 별개로 우리의 삶을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분노보다 동정을 던지는 것이 옳으리라.


(3) 올바르지 못한 행위의 원인이 무지임을 생각하라.

아우렐리우스는 모든 악의 원인이 무지라고 주장한다. 자신이 해야 할 바를 알지 못하고 부수적인 것들에 주목하기 때문에 행동이 목적을 잃고 정당하지 못한 길로 샌다고 생각한 것이다.


(4) 나도 마찬가지는 아닌지 생각하라.

남이 하는 짓을 나는 하지 않는다고 우쭐해서는 안된다. 만약에 내가 탈선하지 않는 이유가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라 명예욕 같은 천한 동기 때문이라면, 나도 상대와 마음가짐은 크게 다를 바 없다. "꾸며낸 정직은 펼 수 없이 구부러진 지팡이와 같다. 늑대의 우정보다 더 치욕적인 것은 없다. 무엇보다도 이런 것을 피해야 한다." 우리는 진심으로 정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듬어야 한다.


(5) 행위 뒤의 사정을 생각하라.

우리는 늘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 음악에서 곡 하나는 아름답지만 음표 하나가 아름답지는 않다. 마찬가지로 행위도 여러 조각으로 나누면 진상이 더 잘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미덕과 선행을 빼놓고는 모든 일에 대하여 그 낱낱의 부분으로 분해해 보도록 해야 한다."


(6) 인간의 목숨은 한순간임을 생각하라.

우리는 눈앞의 일을 과대평가하지만, 사실 인생을 포함한 모든 사건은 언젠가 끝나게 돼있다. 가뜩이나 속절없는 인생 속에서 불쾌한 순간에 매달리면 우리는 정말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다.


(7) 우리를 어지럽히는 것은 우리 자신의 견해임을 생각하라.

우리는 사건을 바꿀 수는 없지만 사건을 바라보는 태도는 어느 정도 바꿀 수 있다. 불쾌한 일도 이치의 일부로 생각하고 받아들인다면 불쾌함이 훨씬 덜해질 것이다.


(8) 남의 행위로 인한 괴로움보다 우리의 분노가 일으키는 괴로움이 더 부당함을 생각하라.

우리가 불쾌한 일에 휘둘려 불쾌함에 얽매이거나 불쾌한 일을 똑같이 저지른다면, 우리는 상대와 다를 바 없거나 그보다도 못한 사람이 될 뿐이다. "그들을 혐오하거나, 또는 두려움 때문에 자기 행동 지침에서 벗어나는 것은 한결같이 약한 태도이다. 그대는 판단을 내리지 말고 내버려두어라. 그렇게 하면 그것들도 조용히 멈출 것이며, 그대는 그것을 추구하거나 회피하지 않아도 괜찮으리라."


(9) 선한 성질은 천하무적임을 잊지 말라.

우리말에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가 상대의 잘못을 비난하기보다 지적해 주고 고쳐주려는 진심을 보인다면 모든 일이 바뀔지도 모른다. "자연의 품속에서 태어난 동물은 모두가 화목하게 살아야 함을 타이르도록 하라. 이때 빈정대거나 비난하지 말라. 오직 진심으로 성의를 다하고 마음속에 적의를 품지 말며, 설교하는 티를 내지 말라. 또 제삼자의 칭찬을 받으려는 기색도 보이지 말라."


(10) 악인에게서 악하지 않은 행실을 기대하지 말라.

판단으로 어쩔 수 없거든 차라리 내버려두는 것이 나을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 되는 일이 당연한데 우리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일지도 모른다. 상대의 행실이 우리 삶에 피해를 주더라도 그것을 살아가는 우리의 정신은 쉽게 꺾을 수 없다. "아무도 우리에게서 자유의지를 빼앗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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