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글에서는 지식을 수집하는 방법을 다뤘다. 이번에는 수집한 지식을 강화하는 방법을 다룬다.
<Distill : 지식 추출하기>
책을 읽으며 가끔 드는 생각이 있다. 책에 있는 대부분의 문장은 내 이해를 도와주는 소중한 문장들이지만,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면 필요가 없어진다. 모든 것들을 노트에 빼곡히 적어놓으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할 때 노트에서 자기가 쓴 내용 중 필요한 내용을 찾지 못하는 일은 어딘가 이상하다. 그러므로 정보를 수집하고 나면 요약해야 한다. 모든 내용을 다 쓰는 것이 아니라, 적은 내용으로부터 모든 내용이 떠오르게 하는 것이다.
요약을 어떻게 해야 할까? 「구조화 학습법」이라는 책은 우선 자료를 구조화해서 도해로 간단히 나타내라고 가르친다. 언어를 사용하는 모든 매체는 특유의 구조를 갖고 있으니, 그것을 파악할 수 있다면 자료 전체를 간단히 나타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이다. 도해를 그리는 방법은 이미 우리가 많이 쓰는 그 방법들이다. 마인드맵, 피라미드, 로직 트리 같은 것들이다. 우선 글을 훑어 읽어서 중요한 부분을 찾은 다음, 단락별로 끊어 읽어서 단락을 통째로 요약할 수 있는 핵심어와 설명어를 찾아낸다. 그것들을 논리적인 구조로 연결해 내면 도해가 완성된다. 간단하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한 번도 써보지 않은 방법이다.
사이토 다카시 교수는 「요약이 힘이다」에서 'A4 용지 요약법'을 제시한다. A4 용지 하나를 준비해서, 책을 읽은 뒤 제목을 쓴다. 그다음 책의 내용을 30자 내외로 요약한다. 그다음 책의 취지를 120자 내외로 요약한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인 문장이나 용어를 세 가지 추려서 적는다. 또 다른 팁으로 '결론부터 말하기, 항복별로 나누기, 목차 먼저 만들기, 질문으로 소제목 만들기, 비교 대상 가져오기' 정도가 소개된다. 나는 '목차 만들기'가 특히 눈에 들어온다.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 두꺼운 책을 읽을 때는 목차에 핵심어를 적어두라고 권장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면 어느 부분에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 쉽게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세컨드 브레인」은 디지털 노트 정리를 다루는 책이다 보니 이런 문제를 태그를 달거나 하이라이트를 사용해서 해결한다.
이상이 요약을 설명하는 책들의 예시이다. 그런데 「구조화 학습법」과 「요약이 힘이다」에서 강조하는 것이 있다. 요약에는 객관성이 있어야 한다. 개성이 중요하다지만 진위가 잘못됐다면 개성은 허구이다.
<Express : 배운 것 표현하기>
표현이야말로 공부의 핵심이다. 모든 책에서 앞다투어 강조하는 작업이자, 많은 학생들이 생략하는 작업이다.
지식을 나름대로의 체계에 따라 정리했다고 하자. 과연 이 지식이 온전히 내 것이 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시험을 볼 때마다 우리 지식의 공백을 너무 쉽게 발견한다. 우리는 완전히 안다고 자부하기도 어렵고, 안다고 해봤자 내 지식이 아니라 남이 한 말을 잘 알 뿐이다. 완벽히 '나의 지식'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철학자 지암바티스타 비코는 이렇게 답한다.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만 안다."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의 저자들은 뇌과학을 인용하여 이렇게 단언한다. "기억 속에서 사실이나 개념, 사건을 떠올리는 인출 연습(retrieval practice)은 반복해서 읽는 복습보다 더 효율적인 학습 전략이다." 지식을 주기적으로 읽는 것보다 지식을 떠올리는 것이 훨씬 좋다. 즉 여러 번 책을 읽는 것보다 책에 나온 내용을 기억하고 백지에 자신의 표현으로 글을 써보는 것이 훨씬 좋은 공부이다. 글을 다른 사람에게 검토 받아 피드백을 얻으면 금상첨화이다. 책 뒤에 연습 문제가 없어도, 어떤 책이든 배운 내용에 관한 글을 쓰며 복습할 수 있다.
실제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자신이 입문자를 대상으로 강연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기준으로 스스로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판가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기원한 '파인만 기법'이 「울트라러닝」에서 소개된다. 종이 한 장에 이해하려는 개념이나 문제를 써두고, 그 아래 공간에 누군가에게 가르치듯이 설명을 쭉 쓴다.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이해 부족이 드러난 것이니 원점으로 돌아가 모르는 부분을 보충한다. 이를 통해 '다 알고 있다는 착각'을 제거하면 학습은 성공한다.
나는 파인만 기법을 이용하여 학습한 개념을 Areas에 채우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아예 개인용 위키를 꾸미는 것이다. 블로그 관리에 재미를 느낀다면 위키 관리에도 재미를 느낄 것이다. 「세컨드 브레인」에서도 글을 '중간 패킷', 즉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지식 블록으로 만들어 저장할 것을 권장한다. 중간 패킷을 파인만 기법을 이용해 만드는 것만으로 유의미한 학습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텔카스텐」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가장 좋은 학습법은 상술(詳述)이다."
글쓰기의 위력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중간 패킷, 즉 만든 글을 연결하여 새로운 글을 만들 수 있다. 지식과 지식을 여러 방식으로 조합해서 새로운 느낌을 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플라톤에 대해 쓴 글과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해 쓴 글을 조합해서 플라톤과 도스토예프스키를 비교하는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이야말로 창조이다. 다른 글을 통해 자신의 글을 만드는 것은 창조라고 하기 모호하지만, 자신의 글을 조합해 자신의 글을 만드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창조이다. 실제로 이런 방식의 창조를 많은 책에서 권한다. 「제텔카스텐」은 아예 니클라스 루만이 이런 시도를 해서 지적으로 성공했음을 보여주고, 「지적 생산의 기술」이라는 책에서는 카드에 지식들을 적은 다음 스테이플러로 카드들을 엮어서 새 저작을 만드는 기술이 소개된다.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을 봐도 다산의 저작은 초서한 카드들을 조합하는 일에서 시작한다.
이전에 브리꼴레르의 동의어로 지식 편집자가 있다고 했는데, 지식을 연결하고 편집하는 연습은 글쓰기에서 시작하니 글쓰기가 브리꼴레르의 첫걸음이라 해도 심한 비약은 아닌 것 같다. 스티브 잡스는 "창의성은 연결이다."라고 했고, 「제텔카스텐」은 "학습은 의미 있는 연결을 만드는 과정이다."라고 했다. 공부한 것을 첫 번째는 노트에, 그 다음에는 백지에, 마지막으로는 백지를 이어서 세계에 단 하나밖에 없는 글을 만든다. 이것이 공부의 진수이다.
나는 이런 생각도 든다. '궁극의 공부는 책을 쓰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 언어로 세상을 표현한다는 것은 곧 자신만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남들이 아는 연결과 내가 아는 연결이 다르다. 내가 보는 세상과 남들이 보는 세상은 다르다. 얼마나 오묘한 일인가. 「브리꼴레르」도 책을 쓰는 일을 고평가한다. "책을 쓰는 과정은 다양한 정보를 편집하는 과정이자, 다른 분야의 지식과 다각적인 접목을 시도하면서 지식을 융합하는 과정이다. 책은 결국 지식의 연금술사가 되어 다양한 지식을 나의 문제의식과 목적의식에 맞게 뒤섞고 버무리고 용해시켜 색다른 지식으로 재창조하는 과정이다. 주변에 산재한 다양한 개념과 문장을 엮어서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면, 그전까진 관계없다고 생각되었던 개별적 개념이나 문장도 새로운 관계로 다시 부각된다. 이것이 곧 지식융합이다. 새로운 책은 기존의 책 사이에서 탄생된다. 책을 읽고 다른 책을 또 읽으면서 읽은 책과 책 사이에 나의 생각이 흐를 때, 또 다른 책을 구상할 수 있다. 모든 책의 내용은 저자의 문제의식과 논리적 흐름에 따라 이전 책의 내용을 편집하면서 탄생된 메시지다. 완전히 새로운 책은 세상에 없다. 모든 책은 기존 책의 한계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저자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면서 고민한 내용이 용해돼 탄생된다."
지금까지 공부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교수님이 말한 것을 받아 적고 외우는 기존의 방식보다 더 큰 방식을 깨달았다. 이 방법이 얼마나 실용성이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전에 하던 공부보다 규모가 크게 느껴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변화가 간절한 만큼 이 방법을 꼭 시도해 보아야겠다는 결의를 다질 뿐이다. 이것으로 공부법 이야기는 일단락 지으려 한다. 다음 글부터는 이 공부 방법을 체화할 수 있도록 이 공부를 즐겁게 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