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와 자기개발서에서 자주 다루는 주제가 '정리'이다.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고 습득하는 기술은 늘 중요했다. 정보의 홍수라고 불리는 현대 시대에 정리는 더욱 절실하다.
정리를 다루는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했다. 그래도 내가 지금까지 접한 책들 중에서 가장 정리를 잘 설명한 책을 꼽자면, 단연 티아고 포르테의 「세컨드 브레인」을 꼽을 것이다. 이 책은 저자 본인의 경험을 말하며 시작한다. 필자는 미상의 질병에 걸려 인생에 큰 위기를 맞았는데 어떤 치료도 눈에 띄는 효험을 보지 못했다. 벼랑 끝에 몰린 저자는 자신의 증상과 관련된 정보들을 취합해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독자적으로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저자는 치료의 효험과 정리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그의 지식 관리 방법을 따라가보자. 그는 스스로 만든 체계를 CODE라는 약자로 표현한다. 각각 Capture, Organize, Distill, Express의 약자이다. 이번 글에서는 분량상 자료 '수집'에 해당하는 앞의 두 단계만 살펴보기로 한다.
<Capture : 지식 수집하기>
인터넷에서 아무 글이나 읽다가 흥미로운 문장, 혹은 흥미로운 숏츠 동영상을 본 경험이 있는가? 보통은 두고두고 볼 수 있도록 즐겨찾기나 스크랩 보관함에 저장해둔다. 이런 활동 하나하나가 지식을 수집하는 일이다. 이것이 공부의 첫걸음이다. 책을 읽고 인상적인 문장을 필사해두거나, 메모장에 링크를 남기는 것 모두가 공부의 시작인 것이다. 실제로 정약용 선생은 책을 읽으며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다. 기억하고 싶은 부분을 베껴 쓰는 일을 한자어로 초서(抄書)라고 하는데, 다산의 초서 습관은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에서도 중요하게 다룬다. 그밖의 예시로 독일의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을 들 수 있다. 루만은 공부를 하며 알게 된 것, 혹은 떠오른 것을 메모로 기록하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 그 메모들은 메모상자(Zettelkasten)에 저장되어 루만의 두 번째 뇌가 됐다. 메모상자에 대한 연구는 숀케 아렌스의 「제텔카스텐」이 유명하다.
다만 앞에서 말한 경험이 있다면 이런 경험들도 있을 것이다. 흥미가 가는 족족 자료를 스크랩하다 보니, 중요할 것 같아 저장은 해두었는데 읽지 않고 오랜 시간 방치한 자료가 생긴다. 혹은 내가 기억하고 싶은 부분이 아주 긴 글 속의 한 문장인데, 그렇다고 전체를 버리기는 아까워서 무작정 전체를 저장한다. 왜 이런 낭비가 벌어질까? 스스로 정보의 접근성을 떨어뜨린 상태로 수집했기 때문이다. 무분별하게 많이 모으는 것도, 무분별하게 꼼꼼하게 모으는 것도 정리의 미학에 어긋난다.
자료 정리를 다루는 책에는 요약에 관한 이야기가 꼭 들어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기록학자 김익한 교수는 저서 「거인의 노트」에서 '기억하지 않는 메모, 생각하지 않는 메모, 재활용하지 않는 메모'는 잘못된 메모라고 단호히 지적한다. 「세컨드 브레인」의 저자 티아고 포르테 또한 '자신의 심장을 뛰게 하지 않는 자료는 굳이 모으지 말라'라고 강조한다.
<Organize : 자료 분류하기>
나는 노트 필기를 과목별로 했다. 과목마다 겹치는 부분이 있어도 두 노트를 동시에 보지 않고 한 노트에 또다시 정리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방식은 번거롭고, 통합을 방해한다. 나는 노트 정리를 할 때 어떤 체계를 써야 했을까?
「세컨드 브레인」은 PARA 시스템을 소개한다. 각각 Projects, Areas, Resources, Archives의 약자이다. 지식을 듀이의 십진분류법이 아니라 일과에 따라 분류하라는 것이다. "아이디어의 출처가 아니라 아이디어가 향할 곳을 기준으로 정리하라." 이 분류 체계 각각을 살펴보자. Projects는 '지금 하는 일'이 들어간다. Areas는 '내 일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지만 당장 어디다 쓰지는 않는 것들' 정도로 볼 수 있다. Resources는 '흥미로워서 저장해뒀지만 지속적으로 볼 필요는 없는 것들'이다. Archives는 다 끝난 프로젝트를 모아두는 곳이다.
나는 메모 프로그램인 옵시디언(Obsidian)을 사용해서 이 PARA 시스템을 실험해 보았다. Projects에는 지금 쓰고 있는 「2024년을 위한 공부 공부」를 「학습법 정립」이라는 이름으로 넣었다. Areas에는 소주제를 선별해 중요한 문장들을 Resources에서 추출해 모아두었다. Resources에는 읽은 책과 인상 깊은 문장들을 모아두었다. 아직 완결한 프로젝트가 없어서 Archives 역시 빈칸이다.
확실히 목표 하나를 정했을 때는 정말 좋은 방법이다. 우선 가공되지 않은 형태로 Resource에 모으고,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면 Areas에 중요한 부분을 모아서 가공한다. Areas에 일종의 위키를 만드는 것이다. 마침내 계획이 완전히 잡히면 Projects에 개요를 작성한다. 그다음에는 글을 만든다.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결국 Resource 등 큰 폴더 안에서 기존의 분류법을 쓰게 되기 때문이다. 애플리케이션을 쓰면 이 문제는 해결된다. 어차피 같은 기계, 같은 애플리케이션 안에 있는 자료들이기 때문에 노트 한 권에 모든 것이 있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계가 아닌 손글씨로 하는 필기가 뇌에 더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 부분은 난점으로 남아있다. 내 생각에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기계를 쓰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많이 할 수 있으면 어느 정도 효율이 상쇄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