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세」 17장
이번 장은 제목에서부터 그 의도를 다분히 뿜는 장이다. 여기서 말하는 '종교'란 물론 기독교만을 지칭한다. 기독교의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의도를 진중하게 감상할 필요는 없겠으나, 파스칼이 말하는 기독교의 차별점에 대해서는 생각할 필요가 있겠다.
"모든 이를 위한 예수 그리스도. 한 민족을 위한 모세. 그런데 모든 나라들이 그의 자손에게서 축복받으리라." 이 장의 첫 번째 문장이다. 길에서 흔히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표어를 외치고 다니는 신도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의 부르짖음은 투가 꽤나 절절해서 광신도를 연상시킨다. 그런데 종교를 특정 사람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일, 즉 선민사상에 기반한 의식이 오히려 종교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믿음을 권유하기 위해서는 불신의 불이익을 인질로 삼으면 안 된다. 믿음이 특정한 개인에게 이익을 준다는 말보다는 믿음이 세계에 주는 이익을 설명하는 쪽이 낫다. 예수가 어디서 태어났더라도 성경에 쓰인 그 삶을 살았으리라고 믿도록 만들어야 한다. 예수든 하느님이든 그들은 이스라엘만의 신이 아닌다. 보편성을 정당하게 획득하면 종교와 이성 사이의 벽이 쉽게 허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