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을 누가 돈 주고 살까
"내 글을 누가 돈 주고 살까?"
처음 책을 쓰려고 망설였을 때 회사 지인이 웃으며 말했다.
“두 권 팔리겠네. 너랑 나랑 살 테니.”
출간 6개월이 지난 오늘도 러너 두 분이 오픈톡방에 내 책 인증사진을 올렸다.
누가 당신 글을 돈 주고 사냐고?
반드시 산다. 그 글이 당신의 ‘진짜’ 이야기라면.
브런치엔 출간작가가 아닌 정말 글 잘 쓰시는 작가님들이 많다. 그분들 글을 읽으면 감탄이 절로 난다. 왜 이런 분들이 아직까지 책을 안 내셨을까 할 정도로. 나는 안다. 자기 책을 내고 인세를 받고 돈을 받은 경험이 없거나, 멤버십 작가로 유료 구독자가 넘치는 브런치 작가가 아니라면, 글을 쓰면서 여전히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는 것을.
“내 글을 누가 돈 주고 살까?”
나도 처음 책을 쓰겠다는, 아니 내가 책을 정말 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을 먹었을 땐 똑같은 생각을 했다. 나는 나를 믿지 못했다. 지인이 내게 딱 두 권 팔릴 거라고, 누가 달리기 책 같은 걸 사보겠냐고. 불쌍하니까 내가 한 권은 사주겠다고 말했을 때도.
엄청 잘 팔리진 않았다. 하지만 그가 말한 두 권보단 어마어마한 숫자가 팔렸다. 출간 후 내가 그에게 도서관에서 북토크했던 이야기, 오디오북 지원사업에 선정된 이야기, 가수 요조님을 낭독자로 모셨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자 한참 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는 '진짜' 나의 이야기를 책에 썼다. 부끄러운 내용도 책의 진정성에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꺼내어 썼다. 그래서 부끄럽지 않고 비난도 괜찮다.
나는 안다. 좋은 글을 잘 버무려서 낸 책이나 다른 이의 사상, 생각을 편집해서 내는 책은 안전하고 잘 팔린다는 것을. 하지만 그 책은 진짜 자신의 이야기는 아니다.
누군가 내 책을 읽고 이런 리뷰를 썼다. "지극히 개인적인 한 러너의 일기 같은 이야기"라고...
나는 웃으며 이렇게 썼다.
"그렇다면, 우리가 안네의 일기는 왜 보냐?"
그의 말대로 내가 쓴 책 "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는 일기다. 정식 투고로 출판사를 통해 돈 한 푼 안 들이고 출간한 진짜 일기다. '안네의 일기'처럼 '한 남자가 인간의 존엄을 다시 찾기 위해 뛰기 시작한 이야기'다. 이 책은 다시 살아보려는 '어른의 일기'이고 살기 위해 뛸 수밖에 없었던 '한 러너의 지극히 개인적인 목소리 문학'이다.
나는 '진짜' 이야기가 담긴 책은 비록 판매부수가 적더라도 독자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책의 경험을 자신의 이야기로 만나는 순간, 독자와 작가가 영혼을 잇듯 책으로 깊이 연결된다고 믿는다. 그게 '진짜' 이야기가 주는 힘이다. 내가 책 '울트라마라톤맨'을 도서관에서 만나고 100km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한 것처럼.
브런치 작가님들 중 좋은 글을 쓰지만, 책을 쓰기 전의 나처럼 출간 경험이 없거나 자신의 글의 가치를 돈으로 만나지 못한 작가님의 순수한 글을 만나면 응원의 마음이 열린다. 비록 없는 돈이지만 지갑을 열어 커피값이라도 응원의 돈을 건넨다. "작가님 글은 돈 주고 볼 가치가 있어요."라고.
"내 글을 누가 돈 주고 살까?"
아직도 당신이 이런 생각을 품고 있다면, 언젠가 그분께 나처럼 돈을 주고 사는 독자가 반드시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나도 출간 후 내 책을 구입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고 감동했으니까. 그 소중한 경험을 여기 당신에게도 선물하고 싶다.
누가 당신 글을 돈 주고 사냐고?
반드시 산다. 그 글이 당신의 ‘진짜’ 이야기라면.
당신의 글은 돈을 주고 살만한 가치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