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팀원이 왔다. 초등 아이의 엄마. 힘겨웠던 한 달 공백 후 좋은 분이 오셔서 기뻤다. 윗분들은 내가 못 미더운지 밀당하듯 팀원들을 잘 다루길 바란다. 12년째 팀장을 맡고 있지만 나는 사람 다루는 재주가 없다. 여전히 부족한 팀장이다.
나는 내가 가진 패를 다 보여주는 팀장이다. 새로 오신 분께도 내가 여기로 부서를 옮긴 지 3개월 된 초보 팀장이라고 밝혔다. 기획팀장으로 오래 근무해서 학교 돌아가는 건 잘 알지만, 우리 부서는 처음이니 잘 부탁한다고. 업무를 완벽하게 알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니 같이 도우며 만들어 가자고 부탁드렸다.
사람들은 권위를 중시한다. 있어 보이는 말투, 자신감 넘치는 단호한 행동과 카리스마.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두려워할 수 있다. 다만 팀장이란 자리는 두려워도 피하지 않는 자리라고 믿는다. 팀원이 문제가 생겨서 어쩔 줄 모르고 달려왔을 때, 누군가 기둥처럼 흔들림 없이 버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야 팀장이 아닐까?
책임소재를 악착같이 타인과 엮고, 무조건 남의 탓으로 어떻게든 몰아가는 것이 일 잘하고 유능한 사람이라는 말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손해를 보고 찍힌다고 해도 상관없다. 일이 힘들어도 사람이 싫어서 출근하기 싫으면 안 된다. 그 팀이 내가 팀장으로 있는 한 끝까지 지키고 싶은 조직이다.
나는 일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부서 바깥에 나가 사람들 앞에서 팀원들을 안주로 삼는 사람들이 싫다. SNS에 솔직한 글을 쓰듯 나는 일이 투명해지길,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기를 바란다. 나에게 없는 실력이 있다고 거짓말하고 싶지는 않다. 갑작스러운 인사발령으로 하지 않은 일을 바로 전문가처럼 해낼 순 없으니까.
지금도 기획팀 일을 내게 묻는다면 현피를 떠도 겁나지 않는다. 워낙 많은 밤들을 기획 일로 채우며 살아왔으니까. 모르는 건 모른다, 아는 건 안다. 다만 몰라도 어떻게든 해결해 낸다는 그 마음 하나면, 누군가 혼자 고생하지 않게 함께 하겠다는 마음만 있다면 그 팀은 무너지지 않으니까.
이번 주 월요일부터 출근하신 선생님. 실력이 있지만 육아로 경력이 잠시 쉼이 있는 분. 초등 아이를 돌보고 있는 분. 내가 쓴 책을 선물할까 하다가 지금 그분이 바로 공감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내 책보단 동료 작가인 자영님이 쓰신 달리기 책 신간 "달리는 엄마는 흔들리지 않는다." 이 책이 그분께 한 줄 한 줄 자기 이야기처럼 와닿지 않을까. 같은 엄마로서 약해진 체력과 자존감을 달리면서 세우기 시작한 그 이야기가 가슴을 울리지 않을까.
이미 샀지만, 작가님 책 한 권을 더 주문했다. 버스에서 손 편지를 썼다. 함께 행복하게 일하자는 마음을 담아서. 나는 행복해서 따뜻한 글을 쓰는 게 아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이 차가워진다. 그럴 땐 달리고 글을 쓰고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과 글을 쓰며 다시 체온을 끌어올린다.
책 표지 뒷장에 손 편지를 썼다.
" OO샘. 정승우입니다.
소중한 분을 저희 팀에 모시게 되어
기쁘고 감사한 하루하루예요.
사실 올해 저도 달리기 책을 하나 썼어요.
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라는...
제 책을 드릴까 하다가 선생님 마음에 더 가까이 닿을 책을 선물하기로 했어요. 자영 작가님이 쓴 '달리는 엄마는 흔들리지 않는다.' 예요.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지만,
제가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사람이에요.,
OO 선생님 같은 좋은 분이 항상 제 곁에 계시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아이를 돌보고 남편을 돌보고
가정을 지키고 일까지 하시느라
힘들고 피곤하실 거예요.
하지만, 하루에 30분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
나를 사랑하는 시간은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저에겐 그것이 달리기였고 글쓰기였어요.
OO샘도 삶에서 달리기를 만나길 빌어요.
용기를 보냅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5.10.17. 러너작가 & 팀장 정승우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