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진담
사람이 우산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누군가 계속 우산을 씌워주길 꿈꾸고 살았다.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의존하는 삶은 불행하다.
우산이 찢겨 더는 비를 막을 수 없을 때
자기 연민이라는 일회용 우산을 꺼냈다.
출퇴근 버스와 도서관에 숨어 비를 피했다.
세찬 비바람이 불면 우산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그 순간 필요한 건 뒤집힌 우산을 끝까지 붙드는 두려움이 아니라, 망가진 우산을 던지고 비를 그대로 맞을 용기다.
삶에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강한 비가 쏟아질 때,
나는 움켜쥔 우산을 던지고 달리기를 집어 들었다.
고통을 피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았다.
비를 맞아도 죽지 않는다. 고통은 나를 죽이지 못한다. 달리기는 고통을 피하지 않는 기술이다.
우중런의 우 자도 모르는 사람아.
아직 멀었다. 더 흠뻑 비를 맞아봐야 한다.
더 외롭고 더 아파봐야 한다.
아이처럼 펑펑 울면서라도 계속 달려야 한다.
징징대지 말자. 웃으며 빗속을 달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