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제가 올해 3월 책을 냈어요."
11월 주말 결혼식장에서 만난 교수님께 조용히 출간 소식을 전했다. 평소 좋은 글을 학교 자유게시판에 올려주시는 분이라 문인으로서 동질감에 알리고 싶었다. 교수님은 나를 매년 예산과 구조조정만 담당하는 기획팀장으로만 알고 계셨다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팀장님이요? 서점에서 살 수 있는 책인가요?”
“네, 교수님, 서점에서 검색되는 책입니다. 검색창에 치면 주요 서점에 모두 나옵니다. 올해 오디오북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얼마 전 오디오북도 출시했어요. 내일 하루 두 번 강의가 있어서 긴장되네요."
"정말... 팀장님이 글을 쓰시는 줄 몰랐어요. 이런 진면목을 가지고 계시다니. 바로 주문할게요. 와. 이런 분이셨구나. 팀장님이... 잘하고 오세요."
요조 님을 오디오북 낭독자로 모시고 싶어서 책방무사에 처음 방문했을 때, 자리에 계셨던 친구분의 첫 질문도 같았다. "서점에서 살 수 있는 책인가요?"
그때 내 대답은 이랬다.
"네. 교보문고나 주요 서점 온오프라인에서 살 수 있고, 기획력과 작품성을 객관적으로 인증받아 2025년 1차 오디오북 지원사업에 선정된 책이라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올해 3월 말 책을 내고 다들 하는 북토크도 어떻게 할지 몰라 결국 2달 동안 다른 작가님들 북토크만 다니다가 찾은 방법이 혼자라도 떠드는 방식이었다. 내 인스타그램에 릴스로 올리면 최대 3분이라도 내 책에 대해 이야기를 전할 수 있으니까.
누군가는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누가 듣는지도 모르고 혼자 떠들던 나 혼자만의 sns 북토크를 3주간 빠짐없이 이어갔다. 그러다 도서관에 제안서를 보내어 첫 북토크를 해냈다.
그때 누군가는 "오죽하면 저렇게 혼자 떠들까…" 하고 안쓰럽게 봤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5월에 SNS에서 혼자 떠들던 내가 6월엔 도서관 무대에 섰고 11월엔 공무원 대상 인문학 강연자로 섰다.
이제 나는 안다.
기회는 기다리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는 걸.
교수님이 다시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저는 이제 ‘책을 낸 사람’이 아니라 '달리는 인간은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 그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는 사람입니다.”